재판부 제출 편지, 이순자가 아무도 모르게 작성
지난 11일 오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재판장이 다음 기일을 지정하고 재판을 끝내려고 하자 이씨가 가방을 뒤져 두툼한 편지봉투를 꺼냈다. 그러면서 이씨는 전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정주교 변호사에게 귓속말을 했다. 정 변호사는 재판부에 편지를 내도 되는지 허락을 구했고 이씨는 검사측에 편지 제출을 허락해줄 수 있는지를 직접 물어봤다.
전두환 회고록 작성 경위서 재판부 제출
회고록 작성 과정부터 방법까지 기재
이씨가 쓴 편지에는 또 『전두환 회고록』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작성됐는지가 적혔다. 이씨는 “전 전 대통령이 가족들이나 측근들 앞에서 이야기를 하면 그 내용을 받아 적거나 녹음한 뒤 타자로 옮기는 방식으로 원고를 작성했다. 초고가 나온 뒤에는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수정하는 과정까지 거쳤다”는 내용을 써 재판부에 전달했다.
이씨는 지난해 8월 27일 열린 전 전 대통령의 첫 공판에서 김호석 판사가 변호인에게 한 질문을 전해 듣고 편지를 작성했다. 당시 재판은 전 전 대통령이 알츠하이머를 이유로 출석하지 않은 상태로 진행됐다. 이에 김 판사는 변호인에게 “알츠하이머를 2013년 전후로 앓았다고 하는데, 회고록은 2017년 4월 출간됐다”며 “이해가 안 된다. 모순이 아니냐”고 물었다. 이씨는 재판에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변호인 등을 통해 듣고 재판부가 사실관계를 오해한 것에 대해 해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따로 방청석 아닌 피고인석 동석
이씨 부부의 사이는 전 전 대통령의 알츠하이머 증세가 심해진데다 몇 년 전부터 상주 가사도우미를 쓸 형편이 안 되면서 더 각별해졌다. 예전과 달리 24시간을 단둘이 보내기 때문이다. 이씨는 전 전 대통령의 밥상을 하루 세 번 모두 직접 차린다고 한다.
전 전 대통령의 측근은 “두 분은 항상 붙어 다닌다. 이 여사가 자신의 지인들과 골프 모임을 하는데 전 전 대통령을 집에 혼자 두고 갈 수 없어 함께 골프장에 나갔다가 일전에 문제가 됐다”며 “전 전 대통령이 어린 손주들에 대해서는 기억을 잘 못해서 매번 ‘누구냐’고 물어보는데 신기하게도 이순자 여사만큼은 또렷이 기억하면서 전과 같이 ‘할멈’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재판이 끝나고 법원을 빠져나와 차량에 탑승할 때까지 이씨의 손을 놓지 않았다. 그는 서울에 올라오자마자 신촌 세브란스 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고 나오면서도 이씨의 손을 잡고 있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