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6일 숙명여자대학교를 찾아 "지금 세계 지도자들 중 '글로벌 리더'가 없다"고 지적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세계시민의 관점에서’를 주제로 1시간여에 걸친 특강으로 학생들을 만났다. 총 200여명의 학생이 반 전 총장의 강연을 들었다.
"글로벌 리더 없어…지도자들 표의 포로"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이 하는 일이 국회의원과 비슷하다. 독재자, 선량한 사람, 부패한 사람 모두 만나야 한다”며 “지금 지도자들은 투표로 당선되다 보니 표의 포로가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늘 부드럽게 하니까 ‘저 사람이 카리스마가 없다’고 생각하는 게 고민이었다”면서도 “‘물같다’가 희미하다, 소신 없다는 이미지로 비치지만 물은 늘 겸허하고 모두에게 공평하다. 오바마 대통령에게도 ‘상선약수’를 영어로 써 줬다”며 리더의 자질로 ‘소프트 리더십’을 강조했다.
"양성평등 하려면 정치적 의지 있어야"
반 전 총장은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려면 ‘양성평등’이 이뤄져야 한다. 지구의 반이 여성인데, 최소한 동등한 기회를 줘야 하는 건 당연한 논리”라며 “여성의 지위향상을 위해서는 정치적 의지나 영향력 행사가 있어야 한다. 그게 없이는 (자연적인 지위향상은)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제가 유엔에 있을 때 ‘UN Women'을 만들고, 직권으로 꾸준히 여성 채용해 10년간 뽑은 여성이 160명이었다”는 예시를 들자 객석에서는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인상 깊은 지도자로 독일 메르켈 총리를 꼽으며 “난민 100만명까지 수용하겠다고 했을 때 노벨평화상 감이라고 생각했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그는 “유엔 사무총장 때 기후변화 대응에 저의 정치적인 생명을 걸었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파리기후협정을 체결할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다”고 회상했다. 파리기후협정을 탈퇴한 트럼프 대통령을 언급하며 “부시 대통령도 ‘climate'만 나와도 고개를 돌릴 만큼 환경문제 이야기를 싫어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그렇다”면서도 “지금 미국에서는 개별 주지사, 도지사, 사업가들이 ‘파리기후협정에 동감한다’는 뜻의 ‘we are still in'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정부 미세먼지 대응엔 "정책 논할 입장 아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