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영변 아닌 다른 핵시설 알고 있어 북한이 놀라”

중앙일보

입력 2019.03.01 00:20

수정 2019.03.06 14:04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할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 오른쪽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이날 기자회견은 40여 분간 진행됐고, 약 350석이 마련된 기자회견장은 내외신 기자들로 통로까지 빈틈 없이 가득 찼다. [하노이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결렬된 뒤 연 기자회견에서 ‘노딜’ 배경을 설명하면서 강조한 점은 두 가지다. 첫째 회담 결렬 배경에는 자신이 받아들일 수 없는 북한의 제재 완화 요구가 있었다는 것, 둘째 향후 북·미 간 비핵화 대화는 계속되기를 기대한다는 것이었다. ‘핵 담판’ 당사자였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선 개인적인 비판을 피했다. 다음은 기자회견에서 나온 질의응답 요지.
 
이번 절차가 생각한 것보다 더 어려웠나. 제재 완화에 대한 북한의 요구 때문에 협상이 결렬됐나.
“바로 제재 완화 때문에 회담이 이렇게 됐다. 북한은 제재 완화, 완전한 제재 해제를 원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다. 북한은 핵 프로그램 상당수를 비핵화할 준비가 돼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미국이 전면적인 제재 해제는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 점에 대해 앞으로 해봐야겠지만 이번에는 북한의 그런 제안을 들어줄 수 없어 여기서 회담을 끝냈다. 지금의 제재는 계속해서 유지될 것이다.”
 
김 위원장이 전면적인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반면 미국은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원한다면 이 같은 간극을 다음 정상회담까지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언젠가는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견해차가 큰 것은 맞다. 미국은 여전히 제재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은 비핵화를 할 준비가 돼 있지만, 미국이 정말 원하는 중요한 비핵화를 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미국은 북한의 핵 활동 상황을 잘 알고 있다.”
관련기사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도 회담을 조기에 종료한 바 있는데 결국 미국에 상당히 유리하게 해결됐다. 이번 경우 (회담 종료가) 대통령의 결정이었나, 김 위원장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했나.
“이게 내 결정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의미가 없다. 일단 관계는 계속 유지하고자 한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계속 지켜볼 것이다. 어젯밤 김 위원장이 약속했지만 로켓이나 핵실험은 안 할 거라고 했다. 나는 그를 신뢰하고 이 말을 믿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영변 핵시설 폐기 및 사찰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영변 핵시설 이야기를 나눴나’라는 질문을 받자 “그렇다”면서 “(그간 협상 때) 나오지 않은 것 중에 우리가 발견한 게 있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추가로 발견한 시설이 우라늄 농축과 같은 것이냐는 물음에 “그렇다”면서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것에 대해 북한이 놀랐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트럼프가 밝힌 김정은과의 대화
“김정은, 웜비어 문제 몰랐다 답해
로켓·핵실험 안할 거란 말 믿어”

“김, 영변 핵시설 해체 동의했지만
고농축 우라늄 문제는 준비 안돼”

기자회견에 동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영변 핵시설 외에도 굉장히 규모가 큰 핵시설이 있다”면서 “미사일도 빠져 있고, 핵탄두 무기 체계가 빠져 있어 우리가 합의를 못 했다. (핵)목록 작성과 신고, 이런 것들을 합의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영변 핵시설 해체에 동의했지만, 미국은 더 많은 것을 원했다. 추가적인 비핵화가 필요했다. 당시 언급은 안 했지만 고농축 우라늄 시설, 아니면 기타 시설 해체도 필요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그걸 할 준비가 안 돼 있었다. 그래서 1단계 수준인 영변 핵시설 해체에만 만족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또 오랫동안 싸워온 협상 레버리지(지렛대)를 놓칠 순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렇게 쉽게 제재 완화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회담 결렬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회견 도중 여러 차례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신뢰를 표명했다. 김 위원장을 “기질(캐릭터)이 강한 인물”이라면서 “그와 굳건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굉장히 좋은 시간,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북한에서 수감됐다 귀국 후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문제에 관해 김 위원장을 감싸는 듯한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에게 웜비어의 사망과 관련한 언급을 했나.
“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웜비어 사건은 굉장히 끔찍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김 위원장이 이런 일을 허용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마음이 좋지 않았다(He felt badly about it). (감옥) 상태가 굉장히 열악하겠지만 김정은이 이것을 알았다거나 그렇게 했다고 믿지는 않는다. (김 위원장이) 그 사태를 나중에 알았다고 했다. 또 북한에는 많은 수용소가 있고 갇힌 사람이 많다. 김정은은 그때는 몰랐다고 말했고 나는 이를 믿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 말미에 중국의 역할과 관련해선 “북·중 국경에서 북한 교역의 93%가 이뤄진다”고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강조하면서도 “김정은은 아주 강력해서 남의 말에 휘둘릴 사람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대화의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나는 테이블을 박차고 나온 것이 아니라 우호적인 분위기였다. 우리는 악수를 나눴다”고 말하면서다. 3차 회담에 대해선 “다음 회담이 열리기까지 오래 걸릴 수도 있고 곧 열릴 수도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하노이에서 여러 번 언급한 북한의 경제발전 잠재력에 대해서도 또 한 번 거론했다. “북한 같은 경우에는 좋은 위치에 있고 러시아와 중국 옆에 있다. 한국도 있다. 바다도 있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북한에는 굉장히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 북한은 앞으로 대단한 경제 대국이 될 가능성이 있다.”
 
대북제재를 더 강화할 것인가.
“그런 얘기는 내가 하지 않겠다. 지금까지 많은 강한 제재를 해 왔는데 제재 강화에 대해선 더 말하지 않겠다. 북한에는 생계를 이어가야 할 훌륭한 사람들이 있고, 그것은 내게 중요한 문제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김 위원장을 만나면서 내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 그분들도 일리가 있다. 그래서 한국을 위해, 일본을 위해, 그리고 솔직히 중국을 위해서라도 하겠다. 중국 입장에선 국경 바로 옆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애초 양 정상의 합의문 서명식 이후 열릴 예정이었던 기자회견은 회담이 결렬되며 당초보다 2시간 앞당겨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인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38분가량 진행됐다.  
 
하노이=정효식 특파원,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