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국회에서 만난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이런 말을 했다. 20대ㆍ영남ㆍ자영업자 이른바 ‘이영자’의 지지율 이탈로 당이 고민이 깊은데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일정을 언급하면서 20대 남성에 대한 끌어안기 행보도 필요하지 않으냐는 얘기였다.
한국갤럽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에서 남성 응답자들은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48%로 “잘하고 있다”(40%)를 크게 앞지르는 ‘데드 크로스(Dead Cross)’가 나타났다. 반면 여성은 “잘하고 있다”(50%)가 “잘 못 하고 있다”(40%)보다 여전히 우세했다.
남성들의 지지율 이탈 배경엔 젠더 이슈를 비롯해 일자리ㆍ안보 등 현 정부의 정책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신율 명지대 교수 등)이 나온다. 실제로 이날 갤럽 조사에서도 경제 전망(일자리, 살림살이 등)에 있어 남성이 여성보다 부정적으로 답했다.
특히 한반도 비핵화, 종전선언, 평화협정 전환 등과 관련해 ‘향후 북한의 합의 이행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때 20대 남성은 36%만이 “북한이 이를 지킬 것”으로 답했다. 남성 연령대 중 가장 낮은 수치다. 반면 20대 여성은 2배 가까운 61%가 긍정했다. 30대 여성(62%)과 함께 남녀 전체 세대에서 가장 높았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군 복무를 했거나 할 남성들이 볼 때 북한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며, 응답률은 17%였다. (세부 사항은 한국갤럽 참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지난해 말 20대 남성 지지율 저조 현상에 대해 “여자들은 축구도 안 보고, ‘롤’(LOLㆍ온라인 게임)도 안 하고 공부해서 (남자들이) 모든 면에서 불리하다”해 남성 네티즌의 반발을 샀다. 앞서 문 대통령은 2017년 2월 성평등 공약을 발표하면서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같은 여권의 움직임에 대해 일각에선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려고 하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문 대통령의 부산 방문 이후 TK(대구ㆍ경북)에선 “PK(부산ㆍ경남) 소통령" "PK TK 갈라치기"라는 반발이 나왔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관계자는 “20대 남성만을 상대로 간담회 등을 한다면 역으로 '젊은 남성에게 외면받는 대통령'이라는 걸 각인시켜 주지 않겠나. 다른 세대와의 형평성 문제도 나올 수 있다"며 "자칫 휘발성이 큰 젠더 이슈를 더 부각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