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리포트
1953년 제정된 두 법률은 낙태를 한 여성(1년 이하 또는 벌금 200만원 이하)과 이를 도운 의사(2년 이하)를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2017년 2월, 69회의 낙태수술을 한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정모씨는 두 법률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내달 헌법소원 심판선고 주목
생명권과 여성 자기 결정권 쟁점
학계 “법으로 우선순위 판단보다
비자발적 임신 영향 고려할 때”
낙태죄의 핵심 쟁점은 ▶태아를 생명으로 볼 수 있는지 ▶태아의 생명권을 여성의 임신 기한에 따라 구별할 수 있는지 ▶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중 무엇을 우선순위로 봐야 하는지 등이다.
종교계는 “임신 초기 단계의 태아도 생명으로 볼 수 있다”며 낙태를 반대하고 있고 여성계와 시민단체는 “임신 초·중기까지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더 존중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중 어느 법익이 우월하다는 판단보다는 비자발적 임신이 여성의 삶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을 고려해 낙태죄를 재고해 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그때와 지금의 헌법재판관 구성이 모두 달라진 것도 낙태죄 위헌 여부 결정에 주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당시 재판관은 모두 퇴임했고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지난해만 6명의 재판관이 새 임기를 시작했다. 이 6명의 재판관 중 유남석 헌재소장과 이은애·이영진 재판관은 청문회에서 낙태죄에 대한 위헌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추천한 이석태 재판관과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김기영 재판관,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이종석 재판관은 청문회에서 낙태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남은 3명(서기석·조용호·이선애 재판관)의 입장도 알려지지 않았다.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재판소는 시대를 앞서가기보다 오히려 후발주자적이고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며 “낙태 허용에 대해 아직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보기 어려워 다시 합헌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법무부는 낙태죄에 대해 “합헌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