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일흔하고도 두 살이 된 가수 이장희가 요즘 가장 즐겨 부르는 노래다. 스물 일곱살이던 1974년 고려대 축제에 초청받아 2시간 만에 만들곤 묵혀 뒀던 이 노래는 2010년 MBC 예능 ‘무릎팍도사’를 통해 재조명되면서 황혼의 찬가로 거듭났다. 다음 달 8~9일 서울 LG아트센터를 시작으로 광주ㆍ부산ㆍ대구 등 6년 만에 전국투어에 나서는 그가 13일 기자들과 만나 가장 먼저 들려준 곡도 바로 ‘내 나이 육십하고 하나일 때’였다. 그는 “먼 훗날의 일인 줄 알았는데 벌써 그 나이를 훌쩍 넘겨서 가사를 바꿀까 생각도 했다”며 우렁차게 웃었다.
2004년부터 울릉도에 터를 잡고 살기 시작한 그는 울릉도 홍보대사답게 대자연 예찬론으로 운을 뗐다. “사람들이 보통 산이나 바다를 보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는데 울릉도는 평지 없이 전체가 산이고 눈을 돌리면 바다”라며 “미국에서 35년간 살면서 은퇴하면 알래스카나 하와이 가서 살려고 했는데 96년 첫 방문 때 그 풍광에 반해 여태까지 살고 있다”고 말했다. 80년대 초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88년 한인 최초 라디오 방송인 라디오코리아 설립 이후 2003년까지 대표로 역임했다.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마음으로 준비
“울릉도는 2박 3일 단체관광으로 많이 옵니다. 번화가에서도 한 시간이나 떨어져 있는데 찾아와 주는 분들이 있으니 감사할 따름이죠. 71년 데뷔해 제대로 노래한 건 딱 4년밖에 안 되거든요. 대마초 파동에 연루되는 바람에. 그 후 40년을 노래하지 않고 살았는데, 여기서 노래를 하다 보니 노래가 더 좋아졌어요. 내가 정말 노래를 좋아했구나 싶더라고요. 대학도 그만두고 음악만 했으니까. 팔십까지는 노래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음악 하는 친구들은 딱히 대화가 필요 없는 것 같아요.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정서를 교류할 수 있으니까. 제 노래가 힘차게 간다 싶으면 양쪽에서 탁 받아주고. 그런 유대가 끈끈하잖아요. 공연 끝나고 아름다운 석양을 바라보며 술 한잔하는 기쁨도 그렇고. 붉게 타오르는 황혼은 분명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쓸쓸한 것도 사실이에요. 허무하기도 하고. 복잡다단하죠. 이런 안온한 마음을 담아 노래를 하나 만들어보고 싶어요. 관객들도 그 시절의 향수와 지금에 더 걸맞은 감성을 함께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