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변인은 “비건 대표가 평양에서 환대 받았다고 했다”며 2박 3일간의 방북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비건 대표가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직접 면담했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이번 실무협상은 양측이 뭘 주고받는 협상이라기보다 서로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아주 구체적으로 빠짐없이 터 놓고 얘기하는 유익한 기회였다”며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비건 대표, 강경화 외교장관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정의용 실장과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 긴밀한 한ㆍ미 공조가 각급단위에서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화 통화도 곧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 대변인은 정상 통화에 대해 “준비가 되는대로 발표하겠다”며 통화 일정 조율에 들어갔음을 시사했다.
17일을 전후해 시작될 북ㆍ미 간의 최종 조율 장소는 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자리에서 북ㆍ미 정상이 발표할 ‘하노이 선언’의 수위가 결정된다. 강경화 장관도 폼페이오 장관과 조만간 만나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관심은 2차 정상회담에서 도출될 북ㆍ미의 비핵화 합의 수준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와 관련 “정부의 입장은 스몰딜(Small deal)이 아니다”라며 “미국과 우리 정부의 비핵화를 풀어가는 방식에 대한 입장이 차이가 없음을 확인했다”는 점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스몰딜은 북한의 전면적 비핵화 조치(Big dael)가 아닌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등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요인을 먼저 해소하는 방식을 뜻한다. 미국 내 일부 조야 등이 “이번 회담은 스몰딜에 그칠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청와대에서도 유사한 우려가 감지됐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금부터는 미국이 이번 회담에서 혹시라도 북한과 스몰딜을 할 가능성이 있는지 지켜보는 것이 가장 중요해졌다”며 “미국의 정치 상황 때문에 스몰딜에서 멈출 경우 한국에 유익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북ㆍ미는 비핵화와 그에 따른 상응조치를 놓고 영변핵시설 폐기 또는 동결ㆍ불능화, 보유핵ㆍICBM 처리, 핵리스트 신고, 대북제재 완화ㆍ해제, 북ㆍ미 연락사무소 설치, 종전선언 등을 놓고 줄다리기를 이어왔다. 아직 실무협상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이견 노출 가능성이 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이와 관련 9일 일본 게이오대 심포지엄에서 “빅딜, 스몰딜의 그림이 그려져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시간표를 짜겠다’는 식의 그림이 나와야 안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이 북·미 간 최종 빅딜에 합의보다는 이를 위한 로드맵에 합의하는 성격이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