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전규열의 나도 한다! 스타트업(11)
이런 가운데 신예 작곡가의 주옥같은 곡을 발굴, 음반을 제작해 유통까지 하는 회사가 있다. 음악플랫폼 셀바이뮤직이 주인공으로, 성하묵(52)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뮤지션과 소비자 매칭해주는 신개념 시스템
셀바이뮤직은 실력 있는 작곡가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판매된 곡의 저작권 관리를 대행해준다. 기획·개발·마케팅·제작 같은 핵심 파트만 자체 인력을 두고 웬만한 것은 외주 형식으로 운영한다. 지난해 매출액은 1억 원 정도. 올해 1월부터 음원 유통사업이 새로 추가돼 본격적인 성장이 시작될 전망이다. 유통 예정인 음원은 약 300곡.
성 대표가 창업하게 된 것은 10년 정도 연예기획사의 일을 하면서 소속 가수들을 위한 신곡을 준비하면서다. 많은 작곡가의 곡을 받아 들어봐도 맘에 드는 곡을 찾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주로 알음알음 친분 있는 작곡가들에게 부탁해 곡을 받아보긴 했으나, 불편할 뿐 아니라 비리와 불공정한 일까지 보게 되면서 해결책이 없을까 고민하다 온라인 플랫폼을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창업은 후배인 몇몇 작곡가와 프로듀서가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었다.
셀바이뮤직은 특별한 홍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예컨대 가수지망생이 정식으로 음반을 발매하기 전 셀바이뮤직 사이트에 먼저 올리면, 회원들이 2주 동안 ‘좋아요’ 투표를 진행하게 된다. 바로 ‘좋아요’ 투표를 한 회원들이 그 가수지망생의 홍보 서포터즈가 되는 것이다. 가수지망생은 셀바이뮤직을 통해 홍보 서포터즈를 모집하게 되고, 이에 대한 대가로 발매 첫 달 음원 수익의 90%를 배분하게 된다.
셀바이뮤직은 뮤지션과 소비자 상호 매칭해주는 신개념의 시스템인 셈이다. ‘좋아요’ 투표를 한 사람들이 서포터즈가 돼 주변에 홍보를 많이 하면 할수록 음원 수익은 커지게 되고, 그러면 배분받는 금액도 늘어나게 된다. 기존의 매스 미디어를 이용한 일방적 홍보가 아닌, 공급자와 수요자가 서로 밀고 당겨주는 쌍방향 시스템이다.
스타트업을 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역시 모든 스타트업 회사가 겪는 어려움이겠지만 자금이었다. 스타트업은 수익이 발생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데, 이 과정을 버텨낼 자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투자회사들은 미래의 비전만으로 쉽게 투자 결정을 하지 않는다.
성 대표는 기획과 개발을 거쳐 막상 시장에 진입해야 할 시점에 마케팅 자금이 부족했다. 마케팅 자금 문제는 회원 모집 방법으로 풀었다. 의사결정을 내리기 힘든 상황을 만나면 주변 지인들의 조언과 자문을 얻어 해결했다. 이밖에 신문 기사, SNS, 컨퍼런스, 박람회를 통해 최신 아이디어와 정보를 얻었다.
‘대중음악인’ 시대 연 1인 미디어
과거 음악 시장은 음악 콘텐트의 수도 많지 않았고, 초등학생부터 어른들까지 같은 대중가요를 소비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음악 시장이 세대별로 나누어져 있고, 또 같은 세대 안에서도 서로 취향이 다른 음악을 추구한다. 국내 히트곡 기준은 ‘멜론 TOP 100’에 들어가느냐 여부로 구분하기도 하지만, 이미 여기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또한 예전에는 지상파 방송국 PD와 연예부 기자가 막강한 힘을 발휘하며 스타를 만들어 냈지만, 이제는 이들의 독점체계가 무너졌다. 앞으로 1인 미디어와 SNS는 소비자인 대중의 참여와 영향력을 더욱 크게 만들어 나갈 것이다.
성 대표는 지난 연말 중소기업진흥공단 투자를 받으면서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벤처캐피탈 등의 투자자를 확보해 자금 사정도 나아질 전망이다. 올 한해 회원 수와 콘텐츠 수를 대폭 늘리면서 국내음악산업에서의 확고한 자리매김을 1차 목표로 하고 있고, 이후 동남아 등 해외 시장으로 뻗어 나갈 계획이다.
전규열 서경대 경영학부 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