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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나와서 스타트업…예능계 일자리 도우미 된 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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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더,오래] 전규열의 나도 한다! 스타트업(10)

청년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그중에서 연예, 미술, 음악 등 예능 분야는 더 심각하다. 일부 유명 연예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계 종사자들은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렵지만, 운이 좋아 구하더라도 저임금에 시달려야 하는 실정이다. 또한 지원자들은 구인공고 게시자가 믿을만한지 최소한의 정보도 파악할 길이 없어 허위, 사기 구인 등 피해 사례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해 보다 많은 예능인 프리랜서와 비정규직이 자신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채용 관계자가 인재를 손쉽게 찾아 일자리를 제안할 수 있도록 돕는 회사가 있다. 예능인 프리랜서와 비정규직을 위한 소셜 구인·구직 플랫폼 어라운드어스의 김성진(43)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예능인 프리랜서와 비정규직을 위한 소셜 구인 구직 플랫폼 어라운드어스의 김성진(43) 대표. [사진 전규열]

예능인 프리랜서와 비정규직을 위한 소셜 구인 구직 플랫폼 어라운드어스의 김성진(43) 대표. [사진 전규열]

어라운드어스는 2016년 8월 창업해 현재 10명이 일하고 있는 IT 스타트업이다. 김 대표는 글로벌 기업인 구글에서 5년간 아태지역과 한국 사업개발 업무를 하면서 프리랜서 및 비정규직을 위한 소셜 구인·구직 서비스가 전 세계적으로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창업의 길로 나섰다.

어라운드어스는 개인 소개 프로필, 소셜네트워크, 구인·구직 플랫폼을 융합한 서비스다. 구직자는 프로필을 등록 관리할 수 있고, 구인 기업과 친구를 맺어 인맥 관리도 할 수 있다. 유튜브, 사람인, 페이스북을 하나로 합친 것과 비슷하다. 기존의 구인·구직 사이트의 한계를 개선해 사업모델을 만든 것이다.

어라운드어스 홈페이지에 게시된 프로필. 구직자가 실제 어떤 작품에 출연했고 어떤 역할을 했는지 입증하기 위해 실제 출현한 광고와 영화 등을 동영상으로 등록할 수 있다. [사진 전규열]

어라운드어스 홈페이지에 게시된 프로필. 구직자가 실제 어떤 작품에 출연했고 어떤 역할을 했는지 입증하기 위해 실제 출현한 광고와 영화 등을 동영상으로 등록할 수 있다. [사진 전규열]

예능인의 텍스트 형식 프로필 경력은 허위·과장하는 경우가 많아 실력 입증이 어려운 한계가 있다. 그래서 구직자가 실제 어떤 작품에 출연했고 어떤 역할을 했는지 입증하기 위해 실제 출연한 광고와 영화 등을 동영상으로 등록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가수라면 본인 부른 노래를 동영상으로 등록하게 한다. 채용자는 이를 등을 통해 지원자의 실력과 능력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세계적으로 5억 5000만 명이 활용하는 온라인 소셜 구인·구직 서비스인 링크드인 활용방식에 주목하면서 10개월여 동안 온라인 조사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업계 종사자 인터뷰를 통해 사업 전망을 알아본 후 창업했다.

하지만 창업 및 서비스 출시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 세상에 누구도 만들어내지 못한 프리랜서와 비정규직에 최적화된 소셜 구인·구직 서비스를 실현하는 것 자체가 쉬운 도전이 아니었다.

어라운드어스의 상표등록증과 특허증. [사진 전규열]

어라운드어스의 상표등록증과 특허증. [사진 전규열]

20여 개월여의 분석과 도전, 시행착오 끝에 기존 온라인 구인·구직 서비스에 존재하지 않던 경력 인증 시스템과 프로젝트 실행 경력을 기재할 수 있는 프로필 페이지를 개발해냈다. 그리고 비디오, 사진, 유튜브 링크 등을 통해 구인자가 구직자의 재능과 기술의 종류와 숙련도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어라운드어스의 마케팅 방식은 일반적인 스타트업과 다르다. 2018년 10월에는 '권혁수사대 #누구냐넌'이라는 웹 예능을 공동 제작해 방영했다. '#누구냐넌'의 모든 에피소드에는 ‘어라운드어스에서 출연자 이름을 검색해보세요’라는 문구가 뜬다. ‘#누구냐넌’ 출연자는 웹 예능에 출연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를 시청한 업계 관계자들이 출연자의 어라운드어스 프로필을 보고 러브콜을 보내는 포맷도 개발했다.

김성진 대표(가운데)와 어라운드어스 팀원들이 본사인 디캠프 개포에서 로고봉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어라운드어스 제공]

김성진 대표(가운데)와 어라운드어스 팀원들이 본사인 디캠프 개포에서 로고봉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어라운드어스 제공]

김 대표는 구글 재직 시 창업을 하면 구글 같은 기업을 만들겠다고 창업 동지들과 약속했다. 이미 작년 9월부터 주변에서 투자의향을 보인 사람이 늘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구글처럼 직원 수가 수만 명이 넘어도 스톡옵션을 제공하는 회사로 만들고 싶어한다. 이를 위해 회사 지분 중 15~20% 정도를 확보해 놓을 생각이다.

스타트업에게는 단순 투자를 넘어 사업확장, 마케팅 지원, 국내외 네트워킹 확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투자자가 필요하다. 김 대표는 그런 투자자를 찾았고 현재 투자금 유치를 어라운드어스의 성장에 대해 고민하고 도움도 주는 투자자를 찾았고, 투자금 유치 협상을 하고 있다.

어라운드어스는 현재 하루 평균 20여명이 가입하는 등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2017년 기술보증기금에서 1억원을, 2018년 8월 신용보증기금에서 7억원을 보증받았다. 2018년 7월부터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이 운영하는 디캠프 개포에 입주했다. 디캠프 개포는 입주 기업에게 사무실 임대비용을 깎아주고 있다.

올해 4월 ‘권혁수사대 #누구냐넌’의 시즌2를 제작해 미국 및 영어권으로도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김 대표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어라운드어스를 매개로 전 세계 프리랜서 및 비정규직들이 해당 인재를 필요로 하는 구인자들과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전규열 서경대 경영학부 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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