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강경화 외교장관이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 빈소를 조문했다. 강 장관은 “할머니가 처절하게 싸우셨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날 같은 빈소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김 할머니를) 떠나보내게 돼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모두 위안부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인식의 표현이다. 하지만 현 상황에 대입해 보면 일본에 대해 더욱 각을 세워 대치하겠다는 얘기로도 들린다. 가장 큰 문제는 과거사 갈등을 해소하고 미래로 나아갈 어떤 전략이나 액션플랜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위안부·강제징용·초계기 등 첩첩산중
해법 못 찾으면 ‘동북아 외톨이’될 우려
일제 강제징용 관련 대법원 판결과 일본의 반발에 대한 정부 대책도 무언지 모르겠다. 일본 측이 외교적 협의를 요청해 왔지만, 정부는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일본은 과거 양국 정부가 이미 청산한 사안을 한국 정부가 파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 워싱턴 등 국제사회에서도 한국이 외교적 합의를 일방적으로 깨고 있다는 인식이 크다. “재협상도, 중재위원회·국제사법재판소도 안 가겠다니 도대체 한국의 대안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퍼지며 국제 여론전에서도 밀리고 있다.
한·일 해군의 레이더 갈등도 그렇다. 조난한 북한 어선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생한 사건인데도 감정만 증폭시킬 뿐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경두 국방장관이 해군작전사령부를 찾아 “일본의 위협 비행에 강력 대응하라”고 한 장면은 군의 입장에선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외교의 실종’이라는 점에선 씁쓸한 우려를 남겼다. 이대로라면 한 달 뒤 3·1절은 한·일 간 파국의 정점이 될 수도 있다.
양국 과거사 문제의 책임은 근본적으로 일본에 있다. 그러나 한·일은 이를 치유하고 역사를 발전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앞으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양국이 공동으로 대처해야 할뿐더러 경제 교류도 더욱 확대해야 한다. 유연하고 대국적인 외교 전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