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두부시장 점령한 한국···'육식의 나라' 홀린 비결

중앙일보

입력 2019.01.14 08:00

수정 2019.01.1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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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의 나라’ 미국에서 식물 단백질인 두부가 인기다. 특유의 콩 냄새를 제거한 두부 등 현지인 입맛에 맞는 제품이 대거 등장한 것이 인기에 한몫했다. 
   

풀무원은 풀무원USA의 지난해 두부 사업 매출이 8800만 달러(약 988억원)를 기록해 전년보다 11.1% 성장했다. 풀무원은 미국 전체 두부 시장에서 점유율 73.8%를 차지하는 확고한 1위 업체다. 

건강에 대한 관심에 소비 증가
단단한 두부, 양념 두부 인기
글로벌 두부 시장 전망 '맑음'
지속 성장해 2023년 3조 규모

풀무원이 미국인의 입맛에 맞게 개발한 두부 제품들 [사진 풀무원]

이렇게 두부가 인기를 끌고 있는 건 육류를 대체할 식물 단백질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물 단백질 중에도 두부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풀무원USA는 2016년 미국 두부 브랜드‘나소야’를 인수한 뒤 현지인 입맛에 맞는 두부 제품을 지속해서 개발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글로벌 소이 연구개발(R&D)센터에서 현지인 입맛과 취향에 맞는 두부를 연구해 20여종의 신제품을 선보였다.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펼쳤다.
 
미국 현지화 전략으로 탄생한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두부의 단백질 함량을 일반제품보다 1.8배 이상 높인  ’하이 프로틴 두부(High Protein Tofu) ^국내 두부보다 2~4배 단단한 ‘슈퍼 펌 두부’(Super Firm Tofu) ^서양인이 싫어하는 콩 비린내를 없애고 소스를 넣어 구운 다양한 ‘시즈닝 두부’ ^주사위 모양으로 잘라 바로 먹을 수 있도록 한 토핑용 두부 ^햄버거에 넣는 패티 형태의 두부 등이다. 
 
미국 제품은 진공으로 포장해 바로 꺼내 요리에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아직은 이런 제품이 인기지만 한국처럼 물에 잠긴 채 포장된 ‘오리지널 두부’를 찾는 미국인도 늘고 있다. 풀무원USA 박종희 CM(Category Manager)은 “미국 주류 마트에서는 두부 조리법을 모르는 미국인을 위해 바로 먹거나, 데워 먹을 수 있는 두부를 주로 판매해왔지만 최근 들어 조리되지 않은 포장 두부의 매출도 10% 이상 성장했다”고 말했다. 
1991년 미국에 진출한 풀무원은 초기에는 주로 한국 교민과 아시아인이 찾는 슈퍼마트에서 두부를 판매해왔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미국 주류 마트 두부 소비가 늘어 현재는 미국 주류마트 판매 비중이 80%에 달한다. 미국 현지 냉장유통온도 기준인 5℃(한국은 10℃ 기준)에 맞춰 두부 제품을 개발하고 유통기한을 국내의 4배인 60일로 늘려 유통 범위를 미국 전역으로 확대한 덕이다. 풀무원USA 조길수 대표는 “지속적인 연구·개발투자와 신제품 출시로 올해 두부 매출을 12.3% 이상 올려 1000억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풀무원이 미국인에 맞게 개발한 두부 제품이 전시 부스에 진열돼 있다. [사진 풀무원]

미국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의 지난해 낸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두부 시장은 2023년까지 연평균 4.05% 지속 성장할 전망이다. 리서치앤마켓은 글로벌 두부시장 핵심 기업으로 풀무원과 함께 미국 하인셀레셜, 일본의 모리나가ㆍ하우스 푸드 등을 꼽았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인 마켓앤마켓은 글로벌 두부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20억 달러(2조2320억원)로 추산하고 2023년에는 27억 달러(3조132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