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니코틴·알코올·탄수화물 중독···새해엔 벗어나 건강하게 삽시다

중앙일보

입력 2019.01.1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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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 질환 극복 가이드 한 해가 시작되면서 많은 사람이 결심하는 것 중 하나가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중독은 어떤 행동을 계속하면서 긴장
과 감정적 불편을 해소하려는 것을 말한다. 스스로 그만두지 못하는 의존성이 있다. 의학계에서 관심을 가지는 주요 중독 질환은 알코올·니코틴 중독이다.
중독 질환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에는 음식 중독에 대해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진단명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알코올·니코틴 중독만
큼 뇌의 중독 관련 신경중추를 변화시킨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 새해, 중독에서 벗어나는 법을 정리했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흔한 중독 질환은 니코틴 중독이다. 니코틴은 ‘폐→혈액→심장→뇌동맥→뇌’로 전달되기까지 약 8초가 걸릴 정도로 반응이 빠르다. 니코틴이 뇌로 전달되면 안도감·평안함 등이 생긴다. 하지만 내성이 생긴다는 게 문제다.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노성원 교수는 “니코틴이 뇌로 한번 들어가면 이를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늘어나 점점 요구량이 많아진다”고 말했다. 그래서 자기 의지로 금연하는 경우 성공률이 3%에 불과하다.
  
흡연 욕구 줄이는 약물치료 부작용 적어

병원에서 집중치료 받으면
금연·금주 성공 가능성 커
스트레스 풀어야 식탐 탈출

신년에 금연을 결심했다면 우선 병원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금연 성공률이 30~40%로 높아진다. 고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철현 교수는 “현재까지는 바레니클린 성분의 약물이 가장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니코틴 수용체에 대신 달라붙어 흡연 욕구를 줄이고 담배를 맛없게 한다”고 설명했다.
 
 심한 우울·환각 증상 등이 생긴다고 해서 약물치료를 주저하는 경우가 있지만 일부에 불과하다. 조 교수는 “2016년 대규모 다기관 연구결과 위약과 비교해 부작용 위험이 크지 않은 것으로 결론 났다”고 말했다. 특히 부작용은 2주 이내에 나타나므로 2주가 지나서도 아무 문제가 없다면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안심하고 사용해도 된다.
 
 약물치료와 동시에 실천해야 할 것은 인지행동요법이다. 특히 니코틴에 대한 갈망을 물리치는 게 중요하다. 노 교수는 “흡연 욕구는 길어야 5분”이라며 “이를 잘 넘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흡연 욕구는 파도와 같아서 밀려오면 다시 물러가고 또 밀려오기를 반복한다. 이때 파도를 무조건 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이를 잘 타고 넘어가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것이 ‘4D’다. ‘Delay(일단 흡연하지 않기)’ ‘Deep breath(숨 깊게 들이마시기)’ ‘Drink of water(물 한 잔 마시기)’ ‘Do anything else for distraction(주의 분산시키기)’이다. 노 교수는 “이 네 가지를 차례로 하다 보면 어느새 갈망이 사라져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알코올중독도 대표 중독 질환이다. 소주를 기준으로 한번 음주 시 남성은 한 병 반, 여성은 한 병을 주 3회 이상 마신다면 중독으로 판정한다. 알코올도 뇌의 중독 관련 중추를 변화시켜 의존성이 나타나게 한다.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해국 교수는 “이미 의존성이 생겼다면 자의로 끊기 매우 어렵다”며 “이런 경우 병원에서 집중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병원에서는 보통 약물치료와 행동치료를 병행한다.
 
 술을 끊고 처음 2주 동안은 알코올이 뇌에서 쾌락을 느끼게 하는 것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 약물을 먹게 한다. 금단 증상이 나타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그러면서 인지행동치료를 한다. 이 교수는 “알코올중독은 니코틴 중독처럼 단순한 스트레스나 습관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다”며 “선천적인 기질과 자라난 환경에 따른 심리적 변화 때문에 생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심리 치료를 병행하는 이유다. 심리적 취약성을 깨닫게 하고 이를 변화하도록 하는 ‘동기화 치료’를 한다.
 
 집중치료로 금주에 성공했다면 이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교수는 “금주 후 알코올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저녁 시간마다 무엇을 배운다거나 운동을 하는 것이다. 가족이 함께 해야 지속성을 높일 수 있다. 규칙적인 자원봉사도 좋다. 이 교수는 “특히 여성은 자식을 출가시키는 등의 일로 상실감이 생긴 후 술을 시작했다가 중독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며 “자원봉사를 하면 누군가 자기를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기쁨이 생겨 알코올을 점점 멀리하게 된다”고 말했다.
  
견과류·우유 먹으면 ‘행복 호르몬’ 나와
 
최근에는 음식 중독도 주목 받고 있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대현 교수는 “음식 중독은 정확한 진단명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다른 중독과 똑같이 뇌의 쾌락 중추를 자극, 변화시키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탄수화물처럼 혈당을 빨리 올리는 음식일수록 쾌락 중추를 자극하는 속도가 빨라 음식 중독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음식 중독이 있는 사람이라면 새해부터는 ‘취미 찾기’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윤 교수는 “음식을 탐닉하는 것은 대부분 스트레스를 상쇄하기 위한 행동”이라며 “스트레스를 해소할 다른 방법을 찾으면 음식 중독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루 30분 독서, 산책, 예술 작품 감상하기, 좋아하는 곡 연주하기 등이 대표적이다. 쾌락 중추의 욕구를 충족해 음식 중독을 덜 수 있다.  
 
감정 조절에 도움이 되는 다른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행복 호르몬(세로토닌)을 만들어내는 트립토판 섭취가 대표적이다. 견과류·참깨·우유·달걀·치즈·닭고기에 풍부하다. 오메가3 섭취도 도움된다. 2012년 캐나다 정신의학저널에는 우울증 환자군에 오메가3가 함유된 식사를 권한 결과, 항우울제만큼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실린 바 있다. 매운 음식을 먹는 것도 방법이다. 고추 속 캡사이신은 혀의 통각 세포를 자극한다.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뇌에서는 아드레날린과 엔도르핀을 분비한다. 몸이 가뿐해지고 기분 좋은 느낌이 들게 된다. 불안을 가라앉히는 차도 좋다. 대추·국화·영지버섯은 흥분을 가라앉힌다. 이들 재료를 수시로 끓여 먹으면 감정 변화에 의한 음식 중독 조절에 도움이 된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