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도는 여상사의 괴롭힘 탓에 힘든 시절을 보내던 중 미쿠를 알게 되었고, 사랑에 빠졌습니다. “내가 하는 건 분명 사랑”이라며 “미쿠가 인생 밑바닥에서 나를 구해줬다”고 그는 주장합니다. 2000만원가량 들여 준비한 결혼식엔 40명 가까운 지인들이 참석해 둘을 축하했지요. 콘도는 다음 달 신혼여행 차 미쿠를 삿포로로 데려갈 생각에 벌써 설렌다고 말합니다.
팔로워 150만 거느린 CG모델, 사람보다 인기 많은 가상 유튜버 출현
150만 팔로워 거느린 모델의 반전은
탁월한 패션 감각이 2030 세대의 관심을 끌면서 2016년 4월 연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150만명의 팔로워가 따르고 있지요.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지난해 6월 꼽은 인터넷에서 영향력 있는 25인에도 속합니다. 패션쇼에 초대받고 화보 촬영을 하는가 하면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하는 등 누구보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지요. 2017년 발표한 싱글 앨범 ‘낫 마인(Not Mine)’은 세계 최대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에서 150만번 플레이됐을 정도로 히트였습니다.
믿기지 않지만 미켈라는 온라인상에만 존재하는 CG(컴퓨터 그래픽) 모델입니다. 브러드라는 LA 기반 스타트업 회사가 600만 달러(약 67억원)의 투자를 받아 탄생시켰다고 하지요. 살짝 어색한 표정과 피부 탓에 종종 “혼란스럽다“ “진짜 사람이냐”라는 반응이 있던 중 미켈라는 “나는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다”라고 깜짝 고백했습니다. 가짜란 걸 알면서도 화려한 이미지에 열광하는 팬들은 갈수록 늘었는데요. 패션업계도 꾸준히 러브콜을 보냈습니다. 지난해 양털 부츠 브랜드 어그는 40주년 기념 캠페인 모델 중 한 명으로 미켈라를 발탁했습니다.
미국 스포츠 브랜드인 아웃도어 보이시스 최고경영자(CEO)인 타일러 헤이니도 가상 인물인 줄 모르고 미켈라를 팔로워했다고 말합니다. 사람이 아니지만 그와 협력하고 싶다고도 하지요. “더 흥미롭고 몰입적인 고객 경험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다”는 겁니다.
진짜보다 잘 나간다 ‘버추얼 유튜버’
그런가 하면 초등학생 희망 직업 5위에 오를 만큼 핫한 유튜버 세계에도 가짜가 등장했습니다. 가상 유튜버(버추얼 유튜버)인데요. 줄여서 브이튜버(Vtuber)라고도 칭합니다. 영국 BBC는 “서구에서 인스타그램에 가상의 인물들이 침투할 때 일본에선 브이튜버들이 출현했다”고 전하지요.
BBC에 따르면 일본에서 이런 브이튜버 계정의 수는 지난해 초 기준 4000개가 넘습니다. “가면을 쓰고 다른 사람을 연기하는 일본의 하위문화가 브이튜버의 탄생에 영향을 줬다”고 매체는 전합니다. 애니메이션과 만화에 열광하는 이른바 오타쿠(御宅) 문화의 영향도 있을 겁니다. 투자가들은 아시아에서의 이 같은 소비 트렌드가 미국보다 몇 년 앞서 나가는 경향이 있다며 주목하고 있습니다.
사이버 셀럽의 원조는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98년 국내에 등장한 사이버 가수 아담을 기억하시는지요. IT 업체가 개발한 캐릭터였지만 원빈을 닮은 수려한 외모로 폭발적 인기를 끌었지요. 데뷔앨범만 무려 20만장 팔렸습니다. 어느 날 문득 종적을 감춰 “입대했다” “컴퓨터 바이러스 때문에 사망했다” 등의 루머가 나돌았지만 사실은 기술력의 한계와 수억 원의 제작비 탓에 사라지고 만 것이라는 후문이 있지요. 30초짜리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개발자 5~6명이 달라붙어 두 달을 작업해야 했다고 하니 말입니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모호해진 세상에서 이제 미켈라 같은 3D 모델을 만드는 건 일도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인기가 언제까지 갈지 모른다는 시각도 있지만 가짜들의 반란(?)은 이미 시작됐고, 지금도 수십 만명의 추종자가 이들을 따르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앞으로 21세기 아담들의 활약이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