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왼쪽). 오른쪽 사진은 11일 기자회견 때 양 전 대법원장의 차량으로 접근하려는 시민을 경찰이 저지하는 모습 [뉴스1]
11일 오전 9시 헌정 역사상 최초로 전 사법부 수장으로서 검찰 포토라인에 건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이 중앙지검으로 조사를 받으러 가기 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정문에서 연 기자회견 현장에는 시민단체 관계자 수백명으로 가득 찼다.
경찰, 계란 세례 우려해 '우산'까지 준비
전공노 법원본부 관계자는 "기자회견을 멈추고 바로 검찰청으로 가서 조사를 받으라"며 "그게 상처받은 국민들을 위로할 유일한 길이다. 이제라도 국민앞에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또 양 전 대법원장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우리의 목소리가 기자회견보다 컸다"며 환호하기도 했다.
이날 대법원 앞에 양 전 대법원장보다 늦게 도착한 민중당 소속 일부 회원들은 경찰에 의해 정문 진입이 막혔다. 당원들은 “여기 양승태 피해자들이 몇명인데, 길도 못 가게 하고 이게 무슨 짓이냐"고 외치며 항의했다.
페이스북에 '#metoo 나도 양승태에게 당했다' 운동을 진행 중이라는 관청피해자모임 정대택 회장은 이 자리에서 "양승태로부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자신의 피해를 고백하는 운동을 진행 중이며, 카페 회원만 5800명"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행히 이날 경찰이 우려했던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테러 등의 큰 불상사는 없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오전 8시부터 경찰 수백명을 배치하고, 철제 폴리스 라인을 서초역 사거리부터 대법원 정문까지 설치해 일반 차량의 진입을 철저히 통제했다. 또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의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경찰 10여명이 우산 등을 들고 양 전 대법원장 옆을 지켰다.
한편, 이날 오전 9시 검은색 코트에 어두운 청록색 넥타이를 맨 채 자신의 그랜저 차량에서 내린 양 전 대법원장은 “무엇보다 제 재임기간 중에 일어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이토록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며 "이 일로 법관들이 많은 상처를 받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수사기관의 조사까지 받은 데 대해서도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이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로 인한 것이니 그에 대한 책임은 모두 제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다영·심석용·백희연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