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 주택이 생기는 주요 원인은 단기간의 공급 과잉이라고 전문가들은 지목한다. 주택 시장이 호황이던 2014~2016년에 아파트 분양이 대거 몰린 영향으로 2017년부터 '입주 쓰나미'가 덮치면서 역전세난, 집값·전셋값 동반 하락, 깡통 주택 증가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 속에 일부 지방의 경우 산업 기반 붕괴에 따른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 투자자가 주택 매입 시 과도한 대출을 일으킨 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기해년 집값 태풍③/ 깡통 주택
집값 하락세 이어지고 입주 급증
전세보증금 이하 낙찰 잇따라
지방 이어 수도권으로 확산
"임대주택 매입 등 대책 필요"
전문가들은 깡통 주택 문제가 올해 심각해질 것으로 내다본다. 입주 예정 물량이 39만 가구로 여전히 많은 데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고 지난해 2월부터 1년간 시행된 담보권실행유예제도가 올해 2월 종료되는 등 악재가 겹치기 때문이다. 특히 담보권실행유예제도란 정부의 주거안정 정책에 따라 금융권이 1년간 담보권을 실행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 제도가 종료되면 금융기관들은 적극적으로 담보권을 실행할 전망이다.
장근석 지지옥션 경매자문센터 팀장은 "올해에는 기존에 심각했던 경상·충청 지역뿐만 아니라 전북 지역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도 깡통 주택이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통계를 봐도 깡통 주택 문제는 심각하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 건수는 2016년 27건, 2017년 33건에서 지난해(1~11월) 316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전년 대비 사고 건수 증가율은 1000% 가까이에 달한다.
HUG는 깡통 주택과 관련한 세입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상품의 판로를 확대하고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그 덕분에 상품 가입 건수가 대폭 느는 추세다. 2016년 2만4460건, 2017년 4만3918건, 지난해 8만9350건을 기록했다. HUG는 올해도 가입자 수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노태욱 강남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 수요자들은 거래 전에 타당성 검토를 철저히 하고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상품에 가입하는 등의 리스크 회피 노력이 필요하다"며 "근본적으로 후진국 수준인 국민들의 금융 지식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은 집값 급락 가능성이 낮아 깡통 주택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세를 끼고 집을 산 '갭 투자'가 불안하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지난해 말부터 떨어지고 있는데, 전셋값이 떨어지면 하락한 금액을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