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학습행태를 연구한 최근 논문에 따르면 인공지능이 여성을 예술이나 인문계 직업, 남자는 수학이나 이공계 직업과 연결하는 경향성을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공적 영역이나 민간부문 가릴 것 없이 지금의 환경변화를 기술적으로 대처하는 근간에 데이터 과학이 있다.
아마존 AI도 여성차별 논란 휘말려
뿌리깊은 성인식이 기업에 리스크
여성 위한 장치를 조직이 마련해야
성 격차 큰 한국은 아직 갈 길 멀어
다양한 맥락에서 조직 내부의 성별 다양성 이슈가 제기되고 있는데 그중 가장 민감한 것이 직급별 성비일 것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한국 30대 기업 임원 중 여성 비율은 3.2%에 그쳤다. 100인 이상 기업체 부장급 여성도 14% 정도에 머물고 있다. 북유럽 등지에서 시행 중인 여성이사 할당제가 최근 강조되고 있지만, 조직 현장에서 중요한 것은 남성들이 여성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는 경험 기회를 제도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조직 내부에 성 다양성이 유지되려면 여성들의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을 방지해주는 제도적 장치가 중요하다. 결국 대부분 국가가 내놓은 답은 유연근무제이고, 특히 한국처럼 저출산의 문제로 고심하는 일본은 국가적으로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확산하지 못하는 것은 상급자의 관리·감독 방식이나 인사평가 시스템이 개인특성이나 대면접촉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육아 문제 등으로 유연근무를 활용하는 많은 여성은 조직몰입이 취약하다는 낙인효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제도가 정착돼 실질적 효과를 내려면 조직의 다수 남성이 먼저 활용해야 한다. 세계 경제를 주름잡는 글로벌 기업들이 일하는 시간과 장소는 이제 더는 중요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요즘의 사회적 현상을 대하면 한국의 성별 다양성은 지금까지 걸어온 길보다 더 험준할 수 있겠다는 걱정이 앞선다. 여론조사 등에 나타난 결과를 보면 조직에서 동료로 같이 지내야 할 20대 여성과 남성 간 엄청난 격차, 그리고 고위직 상급자인 40대 후반~50대 남성과 20~30대 여성 간 격차를 보면서 말이다.
세계 최대 공유업체 우버에서 ‘최고 다양성·포용 책임자(Chief Diversity and Inclusion Officer)’라는 이색 이름의 직함을 가진 이보영씨의 언론 인터뷰 기사는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 자산 가치 수십조원을 상회하는 실리콘 밸리의 테크 기업들은 당연히 개방성·유연성·다양성을 바탕으로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뤘을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스타트업의 많은 창업자가 매출과 빠른 성장에만 매달리다 남성 중심적 조직문화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고 한다. 조직문화는 그대로 두면 그냥 창업자의 스타일로 굳어진다는 것이다. 다양성과 포용을 담는 조직문화는 의지를 갖고 일부러 만들어야 뿌리를 내린다는 얘기다.
강혜련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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