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하락, 수요는 감소, 중국 추격 본격화
"잔치는 끝났다."
새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삼중고에 시달릴 것이란 우울한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우선 가격 동향이 심상찮다. 최근 2년간 이어진 반도체 슈퍼 사이클(초호황)이 막을 내리면서 가격이 10% 이상 하락할 전망이다. 여기에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 등은 반도체 시장 규모가 줄어들 것이란 예측을 내놓고 있고, 반도체 굴기를 내세운 중국 당국의 견제와 중국 업체들의 도전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18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주력인 D램 시장에서 두 회사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74.6%(올해 3분기 기준)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43.6%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SK하이닉스 역시 29.9%로 3위인 미국의 마이크론(21.6%)을 멀찌감치 제쳤다. 두 회사의 영업이익률은 50%를 웃돌았다.
D램 가격 1월에만 10%이상 떨어질 듯
수요도 줄고 있다. 스마트폰과 PC, 데이터 센터 등 3대 수요처 가운데 새해 전망이 밝은 곳이 없다. 스마트폰은 올해 14억4000만대 정도가 출하돼 스마트폰 출현 이후 10여년 만에 처음 역성장했다. 새 스마트폰이 출시돼도 혁신성이 예전만 못해 구매 열기가 뜨겁지 않다. 신년엔 5G(세대) 폰이 나올 예정이지만 시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을 전망이다. PC 수요는 정체된 지 오래됐다.
새해 반도체 시장 2.6% 성장 그칠 전망
여기에 새해는 반도체 굴기를 내세운 중국이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내미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D램 3강을 겨냥해 반독점 조사를 진행 중이다. 3개 회사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끼워팔기 등을 했다며 8조원이 넘는 벌금 부과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푸젠진화나 이노트론 같은 중국 기업의 D램 출시도 신년부터 본격화한다. 이들이 정부 보조금을 바탕으로 가뜩이나 공급이 넘치는 시장에서 '치킨게임'을 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신기술로 수익성 방어" 선언
반도체 경기 하강이 가져올 국내 경제 충격파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한국무역협회의 '2018년 수출입 평가 및 2019년 전망'에 따르면 반도체는 지난해 수출액 약 1277억 달러를 기록해 전체 수출의 21%를 차지했다. 문병기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올해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전년비 36%가 넘었지만 새해엔 5% 정도에 그칠 것"이라며 "수출 효자인 반도체가 꺾일 경우 우리 경제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