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김정호 의원 공항 갑질, 사과로 끝낼 일인가

중앙일보

입력 2018.12.26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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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갑질’ 논란을 불렀던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이 어제 해당 공항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오후엔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과도 했다. 김 의원은 지난 20일 김포공항에서 비행기 탑승 전 신분증을 꺼내 보여 달라는 공항 보안요원의 요구를 거절한 채 “규정을 가져오라” “니들이 뭐 대단하다고 갑질을 하냐”는 등의 호통과 폭언을 퍼부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갑질 논란에 휩싸였었다. 또 공사 사장에게까지 전화를 걸어 항의하는 등 고압적 자세로 일관하다 문제가 커지자 되레 “공항 직원에게 갑질을 당했다”며 20대의 보안요원에게 화살을 돌려 공분을 샀다. 김 의원은 김해 신공항에 반대했기 때문에 한국공항공사가 사건을 제보한 것이라고 둘러대며  “문재인 대통령과 정권에 대한 공격”이라고 항변하는 등 자신이 피해자인 것처럼 몰아갔지만 결국 빗발치는 비난 여론에 닷새 만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김 의원은 어제 “아들뻘인 김씨에게 무례하게 했던 것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공항 근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닷새 동안의 국민적 분노를 잠재우긴 어려워 보인다. 그동안 물의를 빚었던 기업 회장 등 오너 일가의 비뚤어진 특권의식과 직장 내 갑질 사례에 비춰 봤을 때 김 의원의 행태가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 또 사태를 무마하기 위해 거짓말하고 ‘피해자 코스프레’로 20대 청년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려 한 것은 그를 선량(選良)으로 택해 준 지역구민과 국민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 줬다. 야당에선 항공보안법 위반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김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회부할 것과 국토교통위원에서 사퇴시켜야 한다는 여론도 빗발치고 있다. 무엇보다 김 의원이 사회적 약자를 우선시하고 ‘사람 사는 세상’의 공정사회를 강조해 온 친노무현·친문재인계의 핵심 인사란 점에서 치명적 오점을 남긴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