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됐지만, 온정이 담긴 기부 물결은 아직 얼어 있다. 특히 일반 시민의 기부 손길이 줄어들고 있다. 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이 기관이 시행하는 ‘희망 2019 나눔캠페인’ 모금액은 18일 기준 약 136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모금액(1236억)보다는 많지만, 이는 중앙회 모금액이 평소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17개 지방 지회의 모금액은 지난해 82% 수준에 불과했다. 이장희 공동모금회 홍보미디어팀장은 “중앙회 모금액은 이번 주 들어 대기업 기부가 이어지며 증가했다”며 “지방지회는 비중이 큰 개인 기부가 줄어 지난해보다 모금액이 적었다”고 설명했다.
공동모금회 캠페인 참여 저조
17개 지회 모금액 작년의 82%
내년 1월까지 목표 달성 ‘빨간불’
경기 침체에 기부단체 불신도 커
전문가 “기부자 알 권리 강화해야”
장기간 이어진 경기침체는 국내 기부 참여율에 영향을 줬다. 통계청의 ‘2017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기부를 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26.7%로 2013년에 비해 7.8%포인트 감소했다. 기부하지 않은 이유론 ‘경제적 여유가 없다’가 57.3%로 가장 많았다. 기부의 ‘큰손’도 사라지고 있다. 공동모금회에 1억원 이상을 낸 개인 고액기부자 모임 ‘아너 소사이어티’ 신규 가입자 수는 2016년 422명이었던 신입 회원 수가 지난해 338명으로 감소했다. 올해는 17일 기준 209명에 불과하다.
기부금 사용 대한 ‘불신’도 개인의 기부 의지를 움츠러들게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6년 ‘나눔 실태 및 인식 현황’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2038명 중 964명은 기부를 하지 않은 이유로 ‘기부를 요청하는 시설, 기관, 단체를 믿을 수 없어서(23.8%)’를 가장 많이 꼽았다. 간호사 김소연(29)씨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후원금을 자기 마음대로 썼다는 뉴스를 본 뒤 충격을 받았다”며 “내가 기부한 돈이 허투루 쓰일 바엔 기부를 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부자의 알 권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황신애 한국모금가협회 이사는 “이영학 사건은 성금을 받은 개인이 벌였지만, 기부단체 불신으로 이어졌다”며 “단체 스스로 기부금 용처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전현경 아름다운재단 전문위원은 “미국의 ‘글래스포켓츠’ 처럼 비영리단체의 투명성을 평가·인증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연순 공동모금회 사무총장은 “기부는 정부 손길이 안 닿는 사람들을 돕는 민간차원의 자발적 나눔으로 강한 사회통합의 기능이 있다”며 “나눔에 대해 망설이는 분들이 조금만 힘을 보태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승호·이수정 기자 wonder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