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유통업계도 인공지능·자율주행 로봇이 활약 중이다. 이번 달 이마트가 ‘미래형 마트’로 선보인 의왕점의 안내 로봇 트로이가 대표적이다. 특히 비용 상승과 소비 트렌드에 따라 비대면 매장이 늘고 있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음식의 손맛을 중시하는 한국에도 조리 로봇을 적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래형 식당 톈진 X카페 가 보니
로봇 7대가 조리·서빙 나눠 맡아
장인의 레시피로 2~3분 만에 뚝딱
매장 들어와 음식 받기까지 5~6분
손님들 “신기해 … 맛은 그저 그런 편”
하루 매출 320만원, 지역 최상위권
최근에야 QR코드를 적용한 한국의 소매점에 비하면 두세 걸음 앞서 가는 셈이다. 또 결제 과정에서 현금·카드를 꺼낼 필요가 없다는 점도 한국과 큰 차이점이다. 탕은 “손님이 매장에 들어와 주문에서 테이블 배달까지 한 메뉴당 5~6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X카페에서 가장 독특한 파트는 주방이다. 400㎡ 규모 매장 중 4분의 1을 차지하는 주방엔 4대의 조리 로봇이 있는데, 투명 유리를 통해 전 과정을 엿볼 수 있다. 그래서 조리실 앞은 늘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박스 모양의 로봇 상층부는 식자재를 담는 용기가 있으며, 이를 통해 볶고 튀겨 조리하는 기계에 전달된다. 탕은 “장인이 만든 음식을 보다 많은 이가 누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조리 로봇을 고안했다”며 “로봇이 하는 음식은 모두 장인의 레시피에 따른다”고 말했다.
로봇이 모든 메뉴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최대 40여 가지 매뉴얼을 갖고 있으며, 이날 작동한 로봇 2대가 만드는 음식은 20여 개였다. 아직은 비교적 간단한 레시피로 조리할 수 있는 음식은 로봇이 담당하고, 찜 요리 등 손맛이 들어가야 하는 음식은 사람이 하는 식이다. 그래서 5명의 주방 인원 중 2명은 조리 로봇을 담당하는 어시스트, 3명은 보조 조리사로 구성된다. 어시스트는 조리 로봇에 식재료를 담는 등의 일과 함께 로봇을 점검·체크한다. 또 주방에서 요리를 받아 로봇에게 건네주는 직원 한 명을 따로 두고 있으며, 손님이 먹다 남긴 음식을 치우는 일을 하는 직원이 2~3명 있다.
중국인 소비자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때때로 사람이 하는 것보다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지만, 불평보다는 신기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또 QR코드를 스캔해 주문·결제하는 방식도 능수능란했다. 하지만 맛에 대해선 아쉬움을 표하는 이도 있었다. 베이징에서 온 얜씨는 “조리 로봇 말고는 특별한 게 없다. 미래형 레스토랑이라기보다는 미래형 주방에 더 가까운 것 같다”고 말했다.
X카페의 하루 매출은 약 2만 위안(약 320만원)이다. 탕은 “단위면적당 매출로 봤을 때 톈진에서 최상위권”이라고 말했다. 또 “인건비를 절반으로 줄여 흑자를 내고 있다”며 “1년6개월 안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레스토랑 바로 옆에는 ‘X 마트’가 있다. 휴대전화와 얼굴 인증을 통해 출입하고 구매할 수 있는 무인 편의점이다. 먼저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역시 위챗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휴대전화로 인증번호가 전송되고 이를 입력하면 얼굴 인증 단계로 넘어간다. 모니터에 뜨는 네모난 칸에 얼굴을 갖다 대기만 하면 1~2초에 끝난다. 재방문 시에는 얼굴 인증만으로 입장할 수 있다.
한국의 세븐일레븐도 지난해 이와 유사한 ‘정맥 인증’을 통한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얼굴·정맥 등은 바이오 인증 기술로 어느 쪽이 정밀도가 더 뛰어난지는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구매는 무선인식(RFID) 태그를 통해 진행된다. 매장 안 40여 개의 카메라가 RFID를 추적해 진열대에서 제품의 위치가 이동하면 ‘판매 중’으로 인식한다. 이어 매장 밖으로 나갈 때 안면 인식을 하면 제품이 팔린 것으로 간주해 위챗페이를 통해 결제된다. 천카이 X마트 점장은 “정밀도 등을 더 보완해야 하지만, 얼굴 인식을 통한 인증 등은 완성 단계에 와 있다”고 말했다.
톈진(중국)=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