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는 방중을 통해 돈독한 북·중 관계를 국제사회에 재확인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뿐 아니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까지 짬을 내 직접 이용호를 만났다. 9일 중국 외교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용호를 면담하며 “중국 당과 정부는 북·중 관계를 매우 중시하고 있고, 이는 우리의 확고부동한 방침”이라며 “북·중 관계는 이미 새로운 장을 열었으며, 내년 북·중 수교 70주년을 계기로 양국 관계의 장기적이고 건강한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양국이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이용호가 중국을 찾은 더 중요한 이유는 중국을 통해 미국의 의중을 파악하는 데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 뒤 “중국이 북핵 문제에서 100%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혀 양국이 한반도 사안에 대해 긴밀히 협의했음을 과시했다.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이용호의 방중에 대해 “중국을 통해 미국이 대체 어떤 생각을 갖고 비핵화 협상에 임하려는 것인지 직접 들어보겠다는 게 김 위원장의 생각 같다”고 전했다. 시 주석이 이용호를 직접 만난 것은 시 주석 역시 김 위원장에게 직접 전달할 메시지가 있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침묵 속 외교 책사 분주
시진핑 만나 트럼프 의중 살핀 듯
“김정은, 미·중 정상회담 내용 듣고
서울 답방, 북·미대화 결정 가능성”
북한은 이처럼 미국에는 대응하지 않으면서 중국을 상대로 미국을 읽는 우회전술로 나선 모양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은 이용호의 보고를 통해 시 주석의 설명과 판단을 전해 들은 뒤 서울 답방뿐 아니라 미국의 비핵화 협상 요구에 대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중국 전문가는 “북한으로선 미국이 좀처럼 제재를 완화해 주려 하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이라도 숨통을 더 터주길 바랄 것이고, 시 주석으로부터 그에 대한 답을 듣고 싶어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