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놀 친구 있죠, 학원시간 챙겨주죠 … 우리집 같아요”

중앙일보

입력 2018.12.0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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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가 지난달 문 연 ‘아이휴센터’에서 이 동네 초등학생들이 모여 놀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쪽으론 못 지나갈걸. 안돼, 안돼!”
 
“와아, 슛~ 골!”

노원구, 아파트 전세내 돌봄실험
초등 전학년 밤8시까지 맡아줘
맞벌이 월6만원 간식비만 부담
내년부터 전국 확대 운영키로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 주공 10단지 아파트 1층에 마련된 ‘아이휴센터’에서는 아이들의 즐거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수혁(8)이와 민찬(9)이가 상기된 표정으로 축구 보드게임에 집중하고 있었다. 5분 거리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는 매일 방과 후에 이 곳을 찾는다. 간식을 먹고, 쉬다가 태권도·피아노 등 학원에 다녀오기도 한다. 직장에 다니는 부모님이 저녁 7~8시쯤 데리러 올 때까지 어울려 논다. 다른 방에선 한유(8)가 이현(8)이와 함께 커다란 화이트보드에 그림을 그리며 자기들만의 세계에 빠져있다.
 
“집에 가면 혼자 심심한데, 여기 와서 친구들하고 노니까 좋아요. 편안하고 집 같아서 좋아요.” 한유가 웃으며 말했다. 푹신한 소파에 몸을 맡기고 책 읽거나 학원 숙제를 하거나 침대에 드러누워 쉰다. 아이들은 저마다 자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노원구는 초등학생 돌봄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달 문을 열었다. 구청이 18평형(60㎡) 규모의 아파트 1층 집을 전세로 얻어 개조했다. 이 동네 초등학생 23명이 다닌다. 1~6학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돌봄교사 3명이 오후 1시부터 8시까지 교대로 근무하며 출결 체크를 하고, 간식을 챙기고, 함께 논다. 시간에 맞춰 학원에 보내기도 한다. 부모는 월 5만~6만원 정도의 간식비만 부담하면 된다. 현재는 시범 사업 기간이라 전액 무료다.


학부모 만족도가 높다. 이곳에 1·3학년 두 아이를 보내는 강태호(49)씨는 “맞벌이를 하다 보니 나도, 아내도 아이들의 방과 후가 늘 불안했다. 학교 돌봄교실이 있지만 3학년이 되면 들어갈 수 없어 고민이었다”라며 “집 가까이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이 생겨 든든하다”라고 말했다.
 
취학 전엔 어린이집에서 종일 무상보육 서비스를 받던 아이들이 입학과 동시에 갈 곳이 없어진다. 초등 돌봄교실이 있지만 대부분 오후 5시면 문을 닫고, 1~2학년 위주로 운영된다. 서울·수도권 지역 초등학교에선 기약 없이 대기하는 아이들이 많다. 육아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초등학교 입학 이후 방과 후 돌봄이 필요한 시간이 3배 늘어난다. 초등학생 37%는 방과 후에 혼자 지낸다. 일부는 ‘학원 뺑뺑이’로 내몰리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임신·출산·영유아기 육아라는 큰 산을 넘긴 직장맘들도 초등 입학 시기를 버티지 못한다. 지난해 2~3월 신학기에만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여성 1만5841명이 퇴사했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에 노원구와 같은 ‘다함께 돌봄센터’를 전국에 확대하기로 했다. 2022년까지 1800곳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내년도 예산부터 문제다. 보건복지부는 내년 200곳의 돌봄센터를 추가로 개설하기 위한 리모델링비(1곳당 5000만원)와 인건비 등 138억원을 담은 예산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31억원(50곳 신설 예산)이 삭감됐다. 또 돌봄센터 공간은 지자체가 직접 마련해야 한다. 지자체별 예산 상황이나 단체장의 의지에 따라 격차가 날 수 있다.
 
배경택 복지부 인구정책총괄과장은 “앞으로 공공 도서관·체육시설 등을 지을 때 돌봄센터를 반드시 넣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