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간 코오롱그룹을 이끌어온 이웅열 회장이 28일 오전 서울 마곡동 코오롱원앤온리타워에서 퇴임을 발표 후 임직원과 인사하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코오롱그룹 제공=연합뉴스]
퇴임사도 직접 썼다는 이 회장은 “경영자로 돌아오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지금 물러나지 않으면 회사가 고꾸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회사의 걸림돌이 되지 말자고 결심했고, 이건 진심”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의 아들 이규호(35) ㈜코오롱 전략기획담당 상무는 2019년도 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해 패션 사업 부문을 총괄한다.
코오롱 이규호 전무. [사진 코오롱 제공]
이 회장은 퇴임사에서 ‘그동안 금수저를 물고 있느라 이가 다 금이 간듯하다’고 표현해 화제가 됐다.
그는 “금수저가 의외로 무거웠다”며 “깨트려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망해서도 안 되고. 창업했으면 몰라도 물려받은 회사이기에 더욱 그랬다”고 회상했다.
회장으로 23년 재임하는 동안 사내 회의에서 단 한 번도 졸아본 적 없다는 이 회장은 “중압감이 있었다”며 “아예 연락도 못 하게 회사와 직원들로부터 떨어져 있을 예정이다. 전화도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향후 계획에 대해선 “우선 공부해보려고 한다. 서두르지 않고 약 1년간 뭘 할지 잘 찾아보겠다”며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천재들을 도와주고 싶다.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이 국내에서 나오도록 놀이터를 만들어 주고 싶다”고 밝혔다.
코오롱그룹 창업주 이원만 회장의 아들 이동찬 명예회장의 1남 5녀 중 외아들로 태어난 이 회장은 1977년 ㈜코오롱에 입사한 뒤 12년만인 1985년 임원으로 승진했다. 이후 1991년 부회장에 이어 1996년 회장에 취임하면서 3세 경영을 시작했다.
노사 합의로 만들어 낸 ‘항구적 무분규 선언’ 등을 통해 노사 상생의 기업문화를 정착시켰고, 대졸 신입사원의 ‘30% 여성 채용’ 방침을 통해 양성평등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