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8시 35분쯤 광주 광산구 운남동 한 아파트 앞 삼거리에서 A씨(26)의 경차와 B씨(55)의 버스가 충돌해 불이 났다. 시민들이 차량에 갇힌 A씨를 구조하고 있다. [뉴시스=독자 제공]
두 사람이 애를 쓰는 모습을 보고 주변의 시민들도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하나둘, 하나둘” 하며 힘을 모아 문을 떼내기 시작했다. 교통 단속을 하다 이를 본 광주 광산경찰서 교통안전계 이정현 경위는 순찰차에 있던 소화기를 들고 달려와 불을 껐다. 소화기가 부족하자 시민들이 달려가 여기저기서 소화기를 가져왔다. 경차 운전자는 시민들이 힘을 합쳐 연 차 뒷문으로 구조돼 병원에 옮겨졌다. 인명 구조에 큰 힘을 보탠 오군은 “사람을 구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말했다.
강도를 붙잡아 경찰에 넘긴 시민들이 경남 거제경찰서에서 표창장을 받았다. 왼쪽부터 강기중 거제경찰서장, 조민욱군, 김찬수씨, 김대겸씨. [연합뉴스=거제경찰서 제공]
강기중 거제경찰서장은 김대겸씨에게 경남지방경찰청 표창장과 범인 검거 보상금을, 김찬수·조민욱씨에게 경찰서장 표창장과 부상을 수여했다.
불길이 치솟는 차에서 운전자를 구한 유동운씨. [사진 LG]
앞선 지난 8일에는 전북 고창군에서 CJ대한통운 소속 택배 기사 유동운(35)씨가 사고로 불길이 치솟는 승용차를 발견하고 운전자(36)를 구했다. 배송을 마치고 터미널로 돌아가던 유씨는 한 도로변 논에 추락한 화재 차량을 봤다. 경적을 듣고 사람이 있음을 알게 된 유씨는 곧바로 뛰어가 차량 문을 열고 운전자를 두 손으로 끌어내 먼 곳으로 대피시켰다. 그는 119에 신고한 뒤 구조대가 올 때까지 근무복을 덮어주는 등 운전자를 보살폈다.
고교생·택배기사 등 평범한 시민
타인과 공익 위해 목숨까지 걸어
하나 같이 “누구라도 그렇게 할 것”
술 취한 20대 남성에게 폭행당하는 70대 할머니를 구한 고등학생들이 울산시교육청에서 표창장을 받았다. 왼쪽부터 김경문군, 노옥희 울산시교육감, 김준엽군, 하철민군. [사진 울산시교육청]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타인과 공익을 위해 사익, 심지어 목숨까지 내놓은 의인의 행동은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며 “‘내가 희생해도 누가 알아주느냐’는 생각이 팽배한 분위기에서 이들이 보여준 책임감·희생·의지의 가치를 높이려면 사회가 더 큰 박수와 존경을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또 공익을 실천하기 위해 나선 사람이 필요 시 사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제도 보완과 사회적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