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시절 민주당의 복지 공약을 ‘무책임한 퍼주기’라 비난해온 한국당이 야당이 되자 민주당보다 한술 더 뜬 포퓰리즘 정책을 들고나온 것이다. 진보 정권이 증세와 경제민주화에 집중할 때 보수 야당은 경제자유화와 감세를 추진해 복지와 성장의 선순환을 끌어내는 것이 본연의 임무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가 내놓은 새해 예산안은 일자리·복지 지출의 비중이 34%나 된다. 올해 대비 증가율이 17.6%에 달한다. 이런 마당에 한국당마저 표몰이에 눈이 멀어 보수 정당의 기본 책무를 팽개치고 여당보다 더한 퍼주기 예산안을 내놨으니 어안이 벙벙하다.
저출산은 시급한 국가적 과제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 12년간 126조원을 쏟아부었음에도 출산율은 갈수록 떨어져 세계 최저 수준이다. 한국당이 정말 저출산 해결에 관심이 있다면 성과 없는 관련 예산을 통폐합하고 실효적인 대안을 내놓을 일이지 ‘복지 경쟁’을 부추겨 국가 재정을 막다른 길로 끌고 갈 때가 아니다. 야당이 앞장서서 저출산 예산 증액을 주장하면 기초연금 등 다른 분야에서도 정부·여당의 복지 포퓰리즘을 막을 명분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복지 예산은 한번 확정되면 절대 줄어들지 않는다. 한국당은 이제라도 퍼주기식 예산 증액 방침을 접고 정부의 팽창 예산을 한 푼이라도 줄일 길이 없는지를 고민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