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일당 "김경수에 토사구팽당했다"…주고받은 메시지 보니

중앙일보

입력 2018.10.24 10:24

수정 2018.10.2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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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사이트 댓글 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드루킹' 김동원(49)씨와 '아보카' 도모(61) 변호사가 "(김경수 지사에게) 토사구팽당했다"는 내용으로 주고받은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 메시지가 공개됐다.
 

드루킹 김동원씨. [연하뷰스]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김씨 등 9명의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혐의 1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허익범 특검팀이 공개한 텔레그램 메시지는 드루킹 일당이 김경수(51) 지사에게 요청했던 오사카 총영사직 자리 추천이 무산된 후 오고간 것이었다.
 
지난해 6월 드루킹 김씨는 도 변호사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지난번 '송인배(청와대 비서관)에게 알아보겠다'고 한 건 뭐냐고 하니 (김 지사가) 무척 당황하더라. 김경수와의 관계가 파탄 난 건 아니지만 일본 대사 추천 문제로 껄끄러워진 것은 사실이다. 마지막 카드를 쓸 생각까지 했다"고 했다.


이에 도씨는 "(김 지사로부터) 토사구팽 당한 것이라 생각한다"며 "뉴스 작업을 모두 중단하고 지방선거 작업을 하지 않겠다는 걸 김경수에게 통보하거나, 우리가 그간 한 작업을 언론이나 야당에 알리고 '양심선언'을 하자는 이야기까지 회원들 사이에서 나온다"고 했다.
 

'드루킹'의 최측근이자 오사카 총영사 인사청탁 대상자인 도모 변호사(필명 아보카) [뉴스1]

 
특검팀은 해당 대화 이후 김 지사가 전화를 받지 않자 드루킹 김씨가 김 지사에게 보낸 메시지도 공개했다. 김씨는 "도 변호사 문제가 안 풀려 전화 안 받으시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경공모 회원들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해달라. 관계를 청산하는 거로 비치면 내가 뒷감당을 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은 2016년 12월부터 올 3월까지 매크로 프로그램을 동원해 포털사이트 기사 댓글 순위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지사는 드루킹 측에 올해 6·13 지방선거 때까지 댓글 조작을 계속해 주는 대가로 도씨를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에 앉히겠다고 제안한 혐의도 받고 있다.
 
도 변호사는 이날 19대 대선을 도운 이유는 경공모가 추진하는 재벌 개혁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였다고도 밝혔다.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도 변호사는 "경공모 최종 목표가 적대적인 대기업 인수합병, 경공모 기업 운영과 수익을 통한 두루미 마을 설립이었다"며 "인수합병이 어려워지자 정치인에게 도움을 받으려 한 것 같다. 19대 대선 국면이라 일정한 역할을 해 도움을 받으려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