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규제로 꼽히는 '9·13 부동산 대책' 여파로 서울 아파트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거래가 급격히 줄고 집값 상승세도 한풀 꺾였다. 특히 강남권에선 거래가 '실종' 상태다. 1주택 이상 보유자의 주택담보대출이 원칙적으로 막힌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대책 이전 월 1501건의 3.9%
서울 전체 거래량도 675건 불과
“대출 규제에 금리 인상설 겹쳐
당분간 거래 절벽 이어질 것”
강북권도 다르지 않다. 같은 기간 마포구가 357건에서 26건으로 줄었고 노원·성동·도봉구 등도 10분의 1 이하로 감소했다. 신고 기한이 '계약 후 60일'이라 시차가 있는 점을 고려해도 사실상 '거래 절벽'이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1612가구)와 래미안퍼스티지(2444가구)의 경우 8월엔 각각 16건, 14건 거래됐지만, 대책 이후엔 단 한 건도 없다. 지난 8월 39건이 거래 신고된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3885가구)도 대책 후 거래량은 '제로'다.
강남구 대치동 선경1차 146㎡를 매물로 내놓은 A씨는 "처음 32억원에 내놓은 뒤 팔리지 않아 30억원으로 가격을 낮췄지만, 집을 보러 오는 사람조차 없다"고 말했다.
강남권은 대체로 보합세다. 일부 단지에선 호가(부르는 값)가 한 달 만에 1억~2억원 빠진 급매물이 나온다. 지난달 초 18억5000만원에 팔린 강남구 대치동 은마 76㎡가 17억5000만원 선이다. 정보경 제이스공인 대표는 "대출 규제로 돈을 빌리기 어려워진 데다 금리 인상 얘기까지 나오면서 매수 희망자들이 집값 하락 기대감을 갖고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9·13 대책에 대해 '성공적'이라고 자평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정감사에서 "9·13 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 과열 양상이 진정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런 관망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 박합수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단기간에 집값이 뛰어 추격 매수가 부담스러운 상황에 대출 규제·금리 인상 우려가 겹쳐 당분간 거래 공백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종합부동산세 인상안의 국회 통과 여부, 정부의 3기 신도시 입지 발표 등도 집값 하락 압력을 키울 수 있다. 다만 대기 수요가 많아 가격 급락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 많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기준금리 인상 폭이 크거나 속도가 빠르지 않아 대출 금리가 오르더라도 대출 보유자가 아직 버틸 여력이 있을 것 같다"며 "양도세 부담 때문에 집주인이 시장에 매물을 쏟아내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