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장관이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한국임무센터장과 통역도 함께 들어갔으면 한다”고 했지만, 김영철은 “지난 번에도 통역은 배석을 하지 않았다”며 어렵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폼페이오 장관이 “알고 있지만, 통역도 함께 하면 좋겠다. (안된다면)우리가 알아서 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폼페이오 장관이 숙소인 백화원에 잠깐 들렀다 김 위원장을 만나러 가기 위해 출발 대기할 때 북측 인사가 다가왔다. 통역은 배석할 수 없다는 방침을 다시 통보했고, 앤드루 김 센터장과 함께 차에 타 기다리고 있던 통역은 결국 내려야 했다.
북측은 폼페이오 장관이 김 위원장을 면담할 때 미 정부 국무부 전속 사진사도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북한은 그동안 ‘최고 존엄’ 참석 행사에 북한 사진사 외 외부 사진 기자를 허용하지 않았다. 특히 ENG 방송카메라에 민감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행사에서 카메라가 최고지도자를 향하는 것을 제어하거나 김정은의 동선을 미리 알려주지 않는 식이다. 이는 카메라가 위장된 무기로 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00년 10월 당창건 행사 때 방북한 남측 인사에게 북측 관계자는 “영화 보디가드를 보면 카메라에서 총이 발사됐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미 측도 이번 방북에선 이전에 비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 동행한 풀 기자(접근이 제한된 행사 등을 대표로 취재하는 기자)는 1명이었다. 원래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풀 기자는 2명 이상으로 구성하는 게 원칙이다. 지난 7월 3차 방북 때는 6명의 풀 기자가 동행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기자들의 질문도 일절 받지 않아 불만을 사기도 했다. 인터넷 사정이 원활해 동행 기자들이 거의 실시간 트윗으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상황을 전했던 3차 방북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인터넷 제공이 안돼 풀 기자가 오산 기지에 도착해서야 취재 내용을 전달할 수 있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5일 도쿄와 7일 서울에서도 기자들과 접촉을 하지 않았다. 7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업무 만찬 장소도 공개되지 않았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