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700만 시대, 외면받는 한국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에 의지해 성장하던 한국의 면세점과 호텔이 위기를 맞고 있다. 국내 면세점 매출은 외견상은 증가하고 있다. 유커는 줄었지만 다이궁이 늘어난 덕분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8월 면세점 총 매출은 12조3866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9조1120억원)보다 35.9% 늘었다. 하지만 허울뿐이다. 국내 1위인 롯데면세점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5조4544억원이었지만 영업이익은 25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이 전년(3301억원)과 비교해 99.3% 급락한 것이다. 면세점 업계 2, 3위인 호텔신라나 신세계도 수치만 조금 다를 뿐 속사정은 비슷하다.
쇼핑·호텔업계 유커 감소 직격탄
면세점, 눈앞 매출 위해 출혈 경쟁
판매액 늘었지만 이익 99% 감소
호텔비 50% 내려도 빈방 넘쳐
“서울 호텔 20% 3년내 문닫을 판”
호텔업계 사정은 더 나쁘다. 서울 명동의 한 비즈니스호텔 관계자는 “3년 전 10만원 넘게 팔던 객실을 6만~7만원에 내놔도 절반도 차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규모(1700여 개 객실)인 용산 드래곤시티호텔의 경우 올해 상반기 투숙률은 25~35% 정도에 그쳤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2년 161개였던 서울 시내 호텔은 지난해 399개로 늘었다. 유커가 늘면서 부족해 보였던 호텔은 그러나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후 유커가 썰물 빠지듯 빠지면서 빈 객실이 넘치고 있는 것이다. 유커를 노리고 홍대·신촌·종로 등에서 추진하던 호텔 건축은 잇따라 용도변경을 추진 중이다. 종로5가역의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주차장 부지에 짓던 지상 20층 360실 규모의 호텔은 오피스텔로, 서교동에 신축 중이던 관광호텔은 의료시설로 바뀌었다. 김대용 한국호텔업협회 과장은 “객실료를 3분의1 수준으로 내리는 호텔도 있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3년 이내에 서울 시내 호텔 20% 정도는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유커가 줄면서 전담 여행사들은 개점휴업 상태다. 3년 전만 해도 160여 개에 달하던 중국 전담 여행사의 대부분이 경영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단체관광객을 받은 여행사중에서도 수익을 낸 곳은 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
성화선 기자 ss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