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현 경제정책팀 기자
통계청장을 역임한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통계청이 18일 발표한 ‘가계동향조사 통합작성방안’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따로 발표하던 소득·지출 지표를 한데 모아 2020년부터 분기마다 발표한다는 내용이다.
유 교수는 청장 재임 시절 가계동향조사를 가계지출 통계로 특화하고, 소득 부문은 없애려고 했다. 소득 관련 통계로는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커서다. 가계동향조사는 애초부터 소득 파악이 아닌 가계의 수입과 지출 동향을 보려는 목적으로 설계됐다. 응답률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돼 왔다. 특히 부유층의 경우 답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지난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여당과 정부가 가계동향조사 소득부문을 살려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성과를 보여주는 분기별 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에서다. 정치 논리가 개입된 셈이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이 정도로 통계의 정확성이 높아질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게다가 분기 지표는 변동성이 심해 소득 수준을 온전히 파악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요국 중 분기별 소득 지표를 발표하는 국가는 일본뿐이다. 그래서 통계청도 “정부의 공식 소득 지표는 연 단위로 발표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라고 강조한다.
더 큰 문제는 정치 논리가 국가 통계 정책을 뒤흔들었다는 점이다. 통계의 정확성 논란과 함께 통계청장 교체의 적절성에 대한 비판까지 제기되는 사이 국가 통계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했다. 부진한 8월 고용통계 기사에 “통계청장 또 바뀌겠네”라는 댓글이 넘칠 정도다. 앞으로 경제 지표가 좋아진다고 해도 곧이곧대로 믿지 않을 상황이다. 이를 자초한 건 정부와 여당이다. 바닥에 떨어진 통계의 중립성·독립성을 되살리지 않은 채 지표 땜질만 해봐야 통계에 대한 불신만 더 키울 뿐이다.
하남현 경제정책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