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11일 ‘미고(Migo)’와 상호협력을 위한 전략적 투자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미고는 2016년 미국 시애틀에서 설립된 모빌리티 서비스 전문 업체다. 지난해엔 미국에서 처음으로 ‘모빌리티 다중통합’ 개념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차량공유 관련 서비스를 선보였다.
최적의 교통수단 안내 앱 ‘미고’
뉴욕·LA 등 75개 도시에 서비스
한국서도 작년 카풀업체 투자
규제 막혀 6개월 만에 사업 접어
현대차는 이번 투자를 통해 미국 모빌리티 사업 전반에 대한 노하우를 습득하고, 관련 기술을 확보해 공유경제 시장에서의 역량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미국 모빌리티 시장 규모는 올해 460억 달러에서 2025년 2930억 달러, 2030년 458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서비스 초기에 투자가 이뤄진 데다 미고 투자 기업 중 자동차 업체는 현대차가 유일해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앞서 여러 지역에서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에 투자하고, 직접 사업을 추진해 왔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는 아이오닉EV를 활용한 카셰어링 사업을 진행 중이고, 인도 카셰어링 업체 레브에도 투자했다. 또 아시아에선 한때 ‘동남아시아의 우버’로 불리며 급성장한 차량호출 업체 그랩에, 호주에선 P2P 카셰어링 업체 카넥스트도어에 투자했다. 공유경제에 대한 관심이 적극적인 투자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앞서 인도에서 열린 ‘무브 글로벌 모빌리티 서밋’에서 정의선 부회장이 직접 “현대차를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업체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 같은 투자는 향후 더 확대될 전망이다.
그러나 정작 한국에서는 이 같은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규제와 기존 업계의 반발 때문이다. 현대차는 해외에서와 마찬가지로 차량공유사업을 키우기 위해 지난해 카풀 스타트업 럭시에 5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현대차는 럭시와의 협력으로 차량공유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로봇택시나 무인 배달 차량 같은 혁신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계획은 불과 6개월 만에 엎어졌다. 택시 업계가 현대차 불매운동까지 언급하며 강하게 압박했고, 규제를 개선하겠다던 정부는 업계의 눈치를 보며 카풀 업체들을 불법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결국 현대차는 럭시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국내 투자를 고려하던 해외기업도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해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렸다.
게다가 이런 상황은 현대차가 과감하게 차량공유 관련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 어떤 시장에서도 앞서있지 못하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가 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시장을 테스트베드 삼아 사업 노하우를 습득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내야 작은 업체든 현대차든 경쟁력이 높아질 텐데, 현재는 규제 때문에 이런 기회가 막혀 있다”고 지적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