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잠업을 하는 해녀. [중앙포토]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
10일 오후 울산 울주군 서생면의 한 바닷가 마을 주민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기자의 전화를 받았다. 100여 가구가 사는 이 작은 어촌이 최근 경찰 수사로 술렁이고 있다. 울산해양경찰서는 이 마을 어촌계장과 마을 관계자 2명을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나잠업(해녀업)을 하지 않으면서 나잠업 피해 보상금을 허위 수령한 혐의다. 한 달 전부터 이와 관련해 서생면·온산읍 일대를 대상으로 내사를 벌이던 해경은 2주 전쯤 해당 어촌에서 혐의를 포착하고 공식 수사로 전환했다.
해경, 울산 어촌 ‘해녀 허위 신고’ 수사
90대 고령에 폐가 주소지 둔 등록자도
원전 등 개발에 따른 피해 보상금 때문
실제 나잠업 했는지 여부 밝히기 어려워
불법으로 밝혀지면 보상금 회수 계획도
해경 관계자는 “다른 직업이 있거나 고령이라 해도 본인이 나잠업을 했다고 주장하면 허위임을 밝히기 어렵다”며 “원활한 수사를 위해 상세한 조사 내용이나 수사 기법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해경은 울주군 서생면의 다른 어촌들 역시 수사할 계획이다. 또 어촌계장 등이 해녀 작업일지를 확인해주는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는지 함께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울산 울주군 새울원전본부에 위치한 신고리 3ㆍ4호기의 모습. [사진 한국수력원자력]
신고리 원전 1·2호기 보상 문제가 불거진 2006~2007년 역시 비슷한 의혹이 일었다. 관할 지자체가 해녀 신고를 받긴 하지만 사후 관리는 어촌계에 맡기는 실정이라 개선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울주군청은 연도별 해녀 신고자 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조건 없이 신고만 하면 해녀로 등록할 수 있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수산업법 47조에 따르면 어업 신고자는 관할 수역에서 연간 60일 이상 조업을 해야 하며 어업 행위를 금지한 곳에서 조업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연간 60일 이상 조업을 누가, 어떻게 확인하는지에 관한 세부내용은 없다.
울주군청 축수산과 직원은 “일반적으로 어촌계장이 작업일지에 도장을 찍거나 수협 위판장 판매 영수증으로 이를 확인하는데 어촌계장이 모든 해녀의 조업을 확인하기 어렵고 위판장 영수증 역시 가짜로 떼기 쉬워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전남·경북·강원 등 보상 문제가 엮인 어촌 지역 대부분 상황이 비슷하다”며 “가짜 해녀를 없애려면 60일 이상 조업을 확인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거나 신고 요건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