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 논설위원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결정이 대표적이다. 허익범 특검이 수사 연장을 포기한 배경에는 “현재의 법원 상황을 보면 영장 재청구가 실익이 없다”는 현실 진단도 한 요인이었다. 때문에 보수와 진보는 작금의 사법부에 대해 극명하게 엇갈린 평가를 내리고 있다. 반(反) 문재인 세력에게 사법부는 분노의 표적이 된 셈이다.
이번 영장전담 판사 평판사들 추천으로 임명돼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 대한 통제는 계속돼야
우선 법원이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세 가지 요인부터 살펴보자. ①범죄 혐의 ②구속의 필요성 ③상당성이다. 법원은 구속영장 발부를 위해 수사기관이 수사를 통해 밝혀낸 범죄혐의에 대한 객관적 증거를 요구한다. “범죄의 많은 부분에 대한 소명이 있고…”라는 표현이다. 범죄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면 구속의 필요성 여부를 살핀다. 피의자가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도주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을 때,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을 때는 구속의 사유가 된다. 범죄혐의가 입증되더라도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으면 불구속 수사를 요구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상당성은 일반인의 법관념상 통상 이 정도면 구속을 해도 충분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여기에 공범과의 형평성, 사안의 중대성이 추가되기도 한다.
[일러스트=김회룡 aseokim@joongang.co.kr]
피의자 인권 보호를 위해 도입된 영장실질심사 제도가 21년째를 맞았다. 강산이 두 번이나 변했는데 제도는 처음이나 지금이나 별반 개선된 게 없다.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올 2월 평판사들로 구성된 법관사무분담위원회를 통해 세 명의 부장판사를 영장전담 재판부로 선임한 게 달라졌다면 달라진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포퓰리즘 성격이 강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진보 성향 판사들의 입김이 작용하는 위원회를 통해 추천된 법관들에게 정치색이 배제된 판단을 기대할 수 있을까. 결과에 따른 비판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숙명적 자리라고 하지만 판사 한명의 ‘양심적 판단’에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매달려야 하는 것은 이 정부가 얘기하는 투명한 정의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깜깜이 결정에 대한 개선 없이는 앞으로도 법원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법원 일각에서는 세 명의 판사들로 구성된 합의부 형태로 주요 사건에 대한 영장심사를 담당케 하고, 영장 기각 사유를 좀 더 상세하게 하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지만 고무줄 결정 논란을 없애는 근본적인 개선책이 될지는 의심스럽다. 뚜렷한 기준도 없이 전직 법관과 외교부 등에 대한 압수영장을 차별적으로 발부하는 법원에 법 적용의 형평성을 기대할 수 있을까.
최장집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사법부 개혁에 대한 의제가 끊임없이 이뤄지지 않으면 민주와 개혁을 빙자한 정권의 위선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 대한 통제는 김명수 체제라고 해서 달라질 게 없다. 시민들이 사법부와 정권과의 거래 의혹을 양승태 체제에 한정해서 바라볼 것 같은가. 김 지사에 대한 재판이 정권의 부침과 함께 할지, 또 다른 돌발 변수에 법원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사건을 돌고 돌더라. 법원이 정권에 맞춰 코드 인사와 코드 재판을 하는 것도 진보정권이라고 다르지 않더라. “사법부가 무너진 건 법복을 입은 채 정치판으로 뛰어든 판사들 때문”이라는 발표가 부끄럽지 않은가.
박재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