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분리 규제를 풀어준다는 큰 방향은 같지만 ‘디테일’에서 차이가 크다. 국회는 ‘25%안’(박영선 의원), ‘34%안’(정재호·김관영 의원), ‘50%안’(강석진·김용태·유의동 의원)을 놓고 협의 중이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는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의 의결권이 충분히 방영될 수 있는 정도로 지분 한도로 늘려줘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완화 초읽기
산업자본 지분 상한 25~50% 놓고 진통
34% 이상이면 특별결의 정족수 확보
법안만 통과하면 KT· 카카오 최대주주 가능
카카오나 KT 입장에선 ‘34%안’도 나쁠 게 없다. 주주총회 특별결의 정족수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주총 의결 정족수는 보통결의가 발행주식 총수의 25% 이상, 특별결의가 발행주식 총수의 33.33% 이상이다. ICT 기업이 인터넷은행의 지분 34%를 갖게 되면, 주총 특별결의에 비토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산업자본의 독단적인 경영을 견제하면서 최소한의 경영권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25%안’은 미국 은행법을 차용했다. 산업자본이 최대주주가 되는 것은 막되, 주주총회 의결정족수는 보장한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케이뱅크 관계자는 “은산분리 완화의 취지대로 ICT 기업이 주도적으로 경영하려면 지분율 25%로는 어렵고 34%는 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현재 카카오뱅크 최대 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58%)와 콜옵션(주식 매수 청구권) 계약을 맺었다. 관련법 개정이나 제정으로 카카오가 보유하고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최대 보유 지분 한도가 15% 이상으로 높아질 경우,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카카오에 매각해, 카카오가 최대주주 자리에 오른다는 내용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은산분리 규제만 완화되면 한국투자금융과의 계약에 따라 최대주주가 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케이뱅크 지분 10%를 보유한 KT 역시 우리은행(13.79%)·NH투자증권(10%)과 비슷한 약정을 맺었다. KT는 우리은행, NH투자증권이 보유한 의결권 없는 전환주, 전환권이 행사된 보통주, 유상증자 때 발생한 실권주를 대상으로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행사 기한은 은산분리 완화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1년 이내다.
이 경우 KT는 케이뱅크 1대 주주로 등극하고. 우리은행과 NH투자증권은 각각 2대, 3대 주주가 된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특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추가 발행되는 주식을 인수하거나 기존 구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KT가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주사들과 협의를 해야겠지만, 이 경우 현재 20개인 주주사 숫자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KT가 지분을 확대하는 대신 일부 주주가 이탈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국회는 오는 24일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법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이어 27일 정무위 전체 회의 의결과 법사위 전체 회의, 국회 본회의 등을 거칠 예정이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