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어제 “소득주도성장의 효과가 앞으로 드러나지 않을 경우 일부 수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말 자체에 매일 이유가 없다는 입장도 보였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행동은 딴판이다. 이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은 이제 7개월, 주 52시간 근무는 시행한 지 고작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흐름을 명확하게 파악하기엔 시간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고용참사 원인 인정 안 하는 여권
그 사이 현장 고통은 자꾸만 커져
여당 지도부의 ‘전 정권 탓’ 타령은 한심함을 넘어 국민적 분노를 자아낼 정도다. 추미애 대표는 “지금은 수년 전부터 허약해질 대로 허약해진 경제 체질이 강해지는 과정”이라며 책임을 과거 정부에 돌렸다. 당 대표 경선에 나선 이해찬 의원은 “이명박 정부가 4대 강 살린다고 26조~27조원 정도를 쏟아붓는 바람에 다른 산업에 투자할 여유가 없어진 탓”이라고 말했다. 과거 정부가 산업구조 개선에 소홀해 고용위기가 왔다는 홍영표 원내대표의 주장까지 나왔다.
청와대와 여당의 집착으로 인해 소득주도성장은 함부로 비판할 수 없는 ‘도그마’가 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까지 지냈던 김진표 당 대표 후보까지 “소득주도성장은 효과가 나올 때까지 3년이 걸리는 만큼 일관되게 밀고 나가야 한다”며 청와대 편을 들었다. 국제 금융위기 같은 외부 충격도 없는 상황에서 고용 쇼크가 왔다면 내부 실책에서 이유를 찾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여권은 반성에 인색하다.
어제는 소득주도성장을 주도하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아파트 경비원들이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절반이 해고될 위기에 처했다는 기사까지 나왔다. 청와대와 여권 인사들에게 그 아파트 현장을 한번 찾아가 보라고 권하고 싶다. 장하성 정책실장은 “정책 효과를 연말까지 기다려 달라”고 했지만 경비원들은 과연 기다릴 여유가 있을까. 지금 “가만히 있으라”는 청와대와 집권 여당의 주문에 맞서 영세 자영업자들은 희망을 잃고 “이게 나라냐”며 거리로 뛰쳐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