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티르 총리는 20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및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잇따라 회담하고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과 접견했다. 중국 권력 서열 1~3위가 하루 동안 외국 요인과의 만남에 차례로 나서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시진핑 등 권력 1~3위 극진한 대접
일대일로에 부정적이던 마하티르
“일대일로 지지 … 중국 지원 기대”
마하티르 모시기에는 중국 민간 기업도 동원됐다. 첫 도착지인 항저우(杭州)에서는 마윈(馬雲) 알리바바 그룹 회장이 동행하며 전자결제와 스마트 물류 등 알리바바의 최첨단 기술을 직접 시연했다. 19일 베이징에는 중국을 대표하는 400여 명의 기업가들이 모여 마하티르 총리를 환영하는 ‘기업가클럽 포럼’을 열었다. 마윈 회장은 이날도 마하티르 총리를 수행하듯 모셨다.
마하티르는 취임 직후 전임 총리 나집 라작 전 총리를 부패 혐의로 기소하며 ‘적폐청산’에 나섰다. 그는 친중(親中)정책을 펼친 나집이 합의한 688㎞의 동해안철도(ECRC) 공사를 중단시켰다. 140억 달러(약 16조원)를 들여 말레이시아 서해안과 동해안을 잇는 이 철도는 중국에 전략적 가치가 크다. 중동으로부터 수입하는 에너지 자원의 80% 이상이 통과하는 믈라카 해협이 봉쇄되는 유사시에도 수송로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하티르는 경제적 필요성과 중국과의 계약조건 등 사업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뿐만 아니라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던 두 개의 파이프라인 건설 등 모두 230억 달러 규모의 사업을 전격 중단시켰다.
시 주석은 20일 회담에서 “말레이시아는 해상 실크로드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라며 “양국은 일대일로를 주축으로 새로운 협력을 추진하자”고 말했다. 마하티르 총리가 주창해 온 ‘아시아적 가치관’을 치켜세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마하티르 총리는 “일대일로 구상을 지지하고 참여하기를 바라며 중국 기업의 투자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중국 언론의 보도에선 빠졌지만 그는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에 중국이 공감해 주고 재정문제 해결을 지원해 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마하티르 총리가 ECRC 공사비 융자 조건 등의 재협상과 중국의 재정 지원 등 최대한의 실리를 얻어내고 자국에 유리한 조건으로 철도·파이프라인 건설 재개 문제를 논의했을 것임을 뒷받침하는 발언이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