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리라화 가치가 급락한 13일(현지시간) 터키를 찾은 관광객들이 이스탄불 루이비통 매장 앞에 줄을 서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13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연 45%로 끌어올렸다. 지난 5월 연 40%로 올린 뒤 3개월 만에 5% 포인트를 전격 인상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적어도 10월까지 현 수준의 기준금리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 폭락과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이날 페소화 가치는 장중 한때 사상 최저수준인 달러당 30페소 초반까지 떨어졌다.
구제금융 500억 달러 받고도 휘청
빚 많은 이탈리아도 ‘약한 고리’
일각 “신흥국 외환보유액 많아져
금융위기로는 번지지 않을 것”
아르헨티나의 경제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페소화 가치는 올해 들어 달러 대비 38%가량 하락했다. 페소화 가치 하락과 자본 유출이 이어지자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올해에만 세 번에 걸쳐 기준금리를 17.75%포인트나 올렸다. 지난 6월에는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벌려 500억 달러를 지원받았다. 하지만 지난 정권의 부패 스캔들이 불거지는 등 불확실성이 커진 데 이어 터키발 충격까지 더해지자 다시 주저앉았다. 귀도 차모로 펙테트 자산운용사 선임 매니저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아르헨티나와 터키는 샴쌍둥이 같다”며 “(경제가 위기에 빠진) 이유는 다르지만, 결과는 비슷하다”고 밝혔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달러 빚 부담이 큰 국가도 충격을 피해갈 수는 없을 전망이다. 스위스쿼트의 페트르 로젠스트리히 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칠레와 멕시코·인도네시아·러시아·말레이시아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은행권 달러채의 비중이 높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13일 장중 한 때 2016년 이후 최저치로 추락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사태가 금융위기로까지 번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14일 “자산 가격 재조정 등 몇몇 신흥국으로 터키발 충격이 전염될 수 있지만, 금융위기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증시가 흔들리고 통화 가치가 하락하는 등 몇몇 신흥국을 짓누르는 압력은 커지고 있지만,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나쁘지는 않아서다. 중국을 포함한 12개 신흥국의 외환보유액이 3조1500억 달러로 2009년(2조 달러)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난 데다 경상수지 적자에서 벗어난 곳도 많다는 게 블룸버그의 설명이다.
이런 시각을 반영하듯 14일 아시아 증시는 진정됐다. 코스피 지수(2258.91)와 코스닥 지수(761.91)는 전날보다 각각 0.47%와 0.83% 오르며 거래를 마쳤다. 일본 닛케이지수도 전날보다 2.28% 상승했다. 달러에 대한 원화 가치도 전날보다 6원 오른 1127.9원에 장을 마감했다. 유럽 시장에서도 장 초반 터키 리라화 가치가 전날보다 5% 급등했다.
하현옥 기자, 뉴욕=심재우 특파원 hyunoc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