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레리베 골프장에서 열린 PGA 챔피언십에서 샷을 하는 타이거 우즈. 미국 매체는 조이시아 잔디를 심은 골프장이 많았다면 우즈가 더 많이 우승했을 것이라고 썼다. [AP]
미국 골프닷컴은 “화려한 PGA 챔피언십 쇼의 숨은 스타는 조이시아 잔디”라고 말했다. 조이시아 잔디는 한국 들잔디를 개량해 만든 종이다. 대회가 열린 벨레리베 골프장은 페어웨이에 이 잔디를 심었다.
이 매체는 “잔디가 촘촘해 마술 양탄자 같은 페어웨이였다. 티에 꽂아 놓고 공을 치는 느낌이 난다. 비가 와도 잔디가 똑바로 서 있다. 잔디가 좋기 때문에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이 잔디가 미국에 더 많았다면 타이거 우즈가 더 많이 우승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페어웨이에 조이시아 잔디를 깐 벨레리베 골프장. [벨레리베 골프장]
미국 골프협회는 “이 잔디는 골퍼에게는 물론 골프장 경영에도 좋다”라고 했다. 조이시아는 다른 잔디에 비해 물 사용량이 3분의 1 정도면 된다. 리키 파울러는 “대학(오클라호마 스테이트) 시절 골프장 잔디가 조이시아였다. 마치 낙타 같은 풀이다. 비가 오면 물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조금씩 쓴다”고 말했다.
조이시아는 원래 한국에서 자라던 들잔디였다. 일본과 중국에도 일부 있지만 주 서식지는 한국이다. 일본에서도 '고려잔디' 라고 부른다. 황진국 IMG 골프코스 매니지먼트 코리아 대표는 “일제시대 일본 농학자가 조이시아 자포니카(Zyosia Japonica)라는 학명으로 발표해 세계에 알려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 풀은 추운 날씨에 잘 견디는 한지형 잔디와 더운 기온에 내성을 가진 난지형 잔디의 특성을 동시에 가진 유일한 잔디로 꼽힌다. 은근과 끈기를 가진 한국인의 특성과 비슷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개량형 조이시아 잔디. 한국 잔디에 비해 얇고 초록인 기간이 길다. [중앙포토]
단점도 있다. 생육이 느리며 잎이 넓고, 녹색인 기간이 비교적 짧다. 미국에서 이 잔디를 개량해 잎을 얇게 하고 잎이 누렇게 변하는 기간을 줄였다.
고향이 한국인데 한국 골프장에서 이용하기는 아직 쉽지 않다. 심규열 한국잔디연구소장은 “씨가 아니라 줄기로 번식하기 때문에 뗏장으로 수입을 해야 하는데 통관을 하려면 흙을 다 씻어야 해서 비싸다. 생육기간이 아닌 시기에 밟으면 죽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 골프장은 내장객이 미국에 비해 4배에 가깝기 때문에 특히 중부 이북에서 잔디가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