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와 관용은 낯설다. 현실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다. ‘용서와 화해’를 실천한 고(故)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같은 이들이 위대한 인물로 추앙받는 이유다.
용서와 관용을 보기 힘들기로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정치판이 특히 그렇다. 정권이 바뀌면 전 정부의 요직자들은 줄줄이 조사받고 수감된다. 같은 당의 다른 계파가 집권해도 마찬가지다. 보복과 대립 속에서 진정한 협치(協治)는 기대하기 어렵다. 어쩌면 이건 면면히 이어온 전통인지도 모르겠다. 조선 시대 당쟁에서 승리한 쪽이 상대편을 가차 없이 쓸어냈으니 말이다. 굳이 정치판까지 갈 것도 없다. 거리에 판치는 보복 운전을 보면 ‘우리는 용서에 한층 인색한 것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런 한국인의 정서에 변화가 움트는 것일까. 감독이 “용서와 구원을 다뤘다”고 한 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이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개봉 6일 만에 관객 600만 명을 넘어섰다. 역대 흥행 1위인 ‘명량’(1760만 명)보다 관객을 모으는 속도가 빠르다.
인터넷에 올라온 관람 후기는 이렇다. ‘나도 자식들에게 용서를 빌어야 할 게 많다는 걸 깨닫게 됐다. 어떻게 빌어야 하는지….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비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사랑과 용서라는 교훈…. 채 100년을 살지 못하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많은 이가 비슷한 생각을 했으면 한다. 용서를 구하고 용서하는 일이 잦아졌으면 좋겠다. 민심이 바뀌면 정치도 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상대를 공격하고 보복하기보다, 끌어안고 함께 나라 위한 길을 고민하는 세상을 꿈꿔 본다. 아니, 그 전에 보복 운전이 확 줄어든 거리부터 보고 싶다.
권혁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