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연사로 나선 위커핑(俞可平) 베이징대 정부관리학원 원장은 중국 정치 개혁에 앞장서는 실천하는 중국 정치학자다. '민주는 좋은 것'이란 글로 유명한 그는 “민의를 전달할 수 있는 합법적 시스템을 만들어 민의 정치가 포퓰리즘이나 폭민정치(길거리 정치)로 변질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담자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중국 정치 전문가인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나섰다.
위커핑 원장 X 조영남 교수 대담
중국, 사회 안정 유지비가 국방비보다 많아
"중국 여론, 막지 말고 자유롭게 흘려보내야"
조영남 교수: 중국 사회 안정 유지 비용이 국방비를 넘어선다. 지난 5월 베이징대에서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을 맞아 세계 맑시즘 대회를 성대하게 열었다. 당시 캐나다의 한 마르크시스트 교수가 "만약 칼 마르크스가 살아있다면, 지금의 중국을 찬양할까 비판할까?"라는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졌다. 나의 답은 "비판할 것 같다"다.
위커핑 원장: 지난 40년 성과도 많지만 문제도 없지 않았다. 사회 안정을 유지하는 방식이 대표적인 예다. 자유롭게 소통하는 공간, 합법적인 (정치) 참여 루트를 보다 확대해야 한다. 고대 우황제(禹皇帝)는 치수(治水)를 할 때 물을 막지 않고 흘려보냈다. 막는 것 위주에서 자유롭게 흘려보내는 것 위주로 바뀌어야 한다.
위커핑 원장: 스트롱맨 정치는 사실 개인적으로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걱정하는 건 포퓰리즘이다. 나는 90년대부터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문화대혁명도 어떤 의미에서 보면 포퓰리즘이다. 포퓰리즘은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대개 불평등한 지역에서 발생한다.
위커핑 원장 강연 요약
하지만 중국 학자들의 의견은 다르다. 중국은 지난 40년간 정치는 물론 사회, 문화 각 분야에서 달라졌다. 근본적인 지도사상은 변하지 않았으나, 삼개대표론(장쩌민) - 과학적 발전관(후진타오) - 신시대 중국특색사회주의(시진핑) 등을 보면 알 수 있듯 정치 이데올로기는 계속해서 바뀌고 있다.
즉 공산당 집정은 변하지 않았지만, 거버넌스 모델에는 변화가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방정부의 자주권이 확대됐으며, 수많은 사회조직이 생겼고(300만개 이상 추정), 정부의 공공 서비스가 투명해졌다.
행정 개혁도 일어났다. 톈진시가 도입한 규정시간 초과 자동허가제(超时默许)가 대표적인 예다. 기존에 영업허가증을 발급 받으려면 6개월이나 걸릴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접수한 날로부터 정한 기간까지 정부가 검토 결과를 내놓지 않으면 자동 허가가 되는 제도다. 정부의 권력 남용을 막는 시스템이다. 또 선전시의 케이스를 보면, 해외투자를 받을 때 직인을 200개 넘게 받아야 하는 복잡한 절차가 있었지만 이제는 한 기관에서 원스톱으로 심사 허가를 받을 수 있다.
공공 서비스 부문에서도 원스톱 서비스, 노조 가입한 농민공 권리 보호, 진짜 빈곤층에게 혜택이 가게 하는 양광구조 제도, 농민 의료비 보조 제도(한국·일본을 많이 배움) 등이 속속 도입됐다.
중국 거버넌스 개혁의 주요 원인으로는 ▲시장경제 발전 ▲인치→ 법치, 중앙집권 → 분권, 독재 →민주 흐름 ▲중국인의 정치 니즈 다양화 ▲정치 이데올로기 변화(과거 계급투쟁의 의미 사라짐) ▲공산당의 성격 변화(혁명당→집정당) ▲글로벌화 영향(경제특구 건설 등)이 꼽힌다.
중국 거버넌스 모델의 주요 특징은 ▲기존 기득권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개혁 추진 ▲점에서 면으로 확장되는 개혁(중요한 개혁은 일단 특정 지역에서 시범 테스트한 뒤 결과가 좋으면 전국으로 확대) ▲사회안정이 최우선 가치(안정 없이 개혁 없다는 주의) ▲선거와 천거(추천제) 결합 등이 있다.
지금까지 말한 내용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변화된 모습이다.
가장 최근의 변화, 그러니까 시진핑 정부가 출범한 18차 당대회 이후 바뀐 부분은 ▲뉴노멀 → 신시대 ▲집단지도체제 → 집중통일체제(시진핑이 핵심) ▲정치 이데올로기 강조 ▲군중노선, 자아비판, 이데올로기 학습 등 과거 공산당 회귀 ▲종엄치당(엄격한 당 관리) ▲반부패, 감찰, 청렴정치 강조 ▲정치 경쟁 억제하는 협상민주 강화 등이 꼽힌다.
차이나랩 이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