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7시. 짧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특검 사무실로 돌아가는 한 수사관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장례식 기간만 수사를 멈췄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남은 시간이 너무 부족하네요."
수사 기한 30여일 남은 특검
"시간 쫓겨 수사 재개할 수밖에"
"최대한 빨리 핵심으로 갈 것"
고(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예상치 못한 투신 이후 특검팀은 충격에 휩싸였다. "오늘은 노 원내대표와 관련한 질문은 하지 말아 달라"며 수사관들은 기자들의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24일을 기점으로 특검팀에게 남은 수사기한은 33일. 1차 수사기한 중 어느덧 절반 가까이 사용했다. 대통령이 승인할 경우 수사 기한은 30일 연장된다. 특검 내부에선 그런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
특검팀 관계자는 "60일 안에 끝내야 한다. 빨리 핵심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핵심은 '드루킹' 김동원(49·구속)씨와 댓글조작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김경수 경남지사를 가리킨다.
특검팀은 23일 노 원내대표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를 받는 도모 변호사의 소환을 연기했다. 하지만 김 지사의 전 보좌관인 한모 보좌관과 드루킹의 자금책인 '파로스' 김모씨를 오전과 오후에 소환해 강도 높은 조사를 이어갔다.
하지만 현재 특검팀 앞에 놓인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번 특검은 수사의 특성상 디지털포렌식과 자금추적, 피의자의 진술 등 세 박자가 모두 맞아떨어져야 동력이 붙는다. 시간은 촉박한데 이 세 관문 모두 특검의 뜻대로만은 흘러가지 않고 있다.
댓글조작의 범위와 규모를 밝히는 디지털포렌식 수사는 특검팀이 성과를 내고 있는 분야다. 문제는 경찰의 초동 부실 수사로 댓글 조작의 규모와 범위를 다시 산정해야 한다는 것. 시간이 가장 많이 소요되는 부분이다.
민갑룡 경찰청장 후보자는 2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경찰의 부실 수사 의혹은 특검에서 밝혀질 것"이라 했다. 특검 관계자는 "초동 부실 수사 문제까지 파헤치기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다.
피의자의 진술 역시 김씨 등 댓글 조작의 주요 피의자를 변호사던 마준 변호사(40·변호사 시험 1회)가 사임하며 어려움이 생겼다. 피의자들이 새로운 변호사의 선임 전까지 진술을 거부하며 묵비권을 행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