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16일 오후 서울 도심에 지열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번 폭염의 원인은 티베트 고기압이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 강화를 도왔기 때문이라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뉴스1]
이 같은 더위는 한반도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북반구 전체가 더위에 갇혔다. 일본은 기록적인 폭우에 이어 기록적 폭염을 맞고 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14일 기후(岐阜)현 다지미(多治見)시가 38.7도, 교토(京都)가 38.5도를 기록하는 등 사람 체온을 훌쩍 넘는 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사하라 사막 51.3도 최고 기록
40년 동안 지구 온난화 계속돼
지난해 사상 두 번째로 무더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미국 기상학자 닉 험프리는 “북반구에서 관측된 것 중에 믿기 어려운 정도의 열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한반도 상공에도 이 같은 열돔 현상이 발생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통 한반도의 여름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기세가 서쪽에서 힘을 보탠 ‘티베트 고기압’ 때문에 더욱 거세진 탓이다. 티베트 고원은 평균 해발고도가 4500m에 달해 일반적인 육지보다 더욱 빨리 가열되는데 올해는 평년보다 더 뜨겁게 달아오른 상태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뜨거운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이 만나 거대한 세력을 형성했다”며 “티베트 고원이 달궈진 이유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미 국립해양대기국(NOAA)에 따르면 지난달은 미국 기상관측 사상 3번째로 더운 6월이었다. 또 올해 1월에서 6월까지의 평균온도도 사상 14번째로 높아, 이로 인한 토네이도·기상악화에 의한 재산 피해가 60억달러(약 6조7700억원)에 달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역시 지난 1월 “지구 표면의 평균 온도를 기준으로 할 때 2017년은 역사상 두 번째로 더웠던 해”라고 밝히며 이는 40년간 지속돼온 지구 온난화의 결과물이며,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NASA의 고다드 우주연구소의 개빈 슈미트 국장은 “장기적으로 지구는 뜨거워지는 추세에 있다”고 밝혔다.
지구 온난화가 초래하는 가장 큰 위기 중 하나는 생물 다양성의 감소다. 글로벌 자연보호단체 세계자연기금(WWF)은 3월, 지구온난화로 인해 아마존·마다가스카르 등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곳들에서 최고 50%의 생물 멸종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산업혁명 이전 수준에 비해 지구 평균 기온이 섭씨 2도 상승할 때 이들 지역의 생물 25%가 사라질 것이라는 보고도 내놓았다. 연구팀이 히말라야 남부, 보르네오 등 지역에 서식하는 8만 종의 동식물을 조사한 결과다.
WWF는 “멸종은 단순히 생물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태계에 심각한 변화를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허정원·천권필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