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계를 생산하는 B사는 지난해 6년 만에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액(6조5679억원)과 영업이익(6608억원)이 2016년 대비 각각 14.6%, 34.6% 늘었다. 중국과 신흥시장의 건설 경기가 호황이었던 덕을 봤다. 지난해 중국에서만 1만851대의 굴삭기를 팔았다. 중국 굴삭기 매출(9168억원)만 한해 사이 두 배가 늘었다. 그러나 이 회사의 직원 수는 한해 전보다 오히려 25명 줄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건설 경기는 시장이 급변해서 호황이라고 쉽게 고용을 늘리기 어려운 데다 생산라인 자동화로 인력 수요가 전처럼 크지 않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인도 뉴델리에 있는 삼성전자 신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일자리가 늘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로는 향후 경기를 어둡게 보는 경영자들이 많아서다. 대한상의는 220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3분기 제조업체 경기전망지수(BSI; Business Survey Index)'를 조사해 11일 발표했는데 이 수치는 87에 그쳤다. 기업경기전망지수가 100 이하이면 '이번 분기의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이 지수는 85(지난해 4분기)→ 86(올해 1분기)→ 97(2분기)로 3분기 연속 상승 흐름을 타왔다. 그러나 전망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지점인 100선을 넘지 못하고 다시 10포인트나 내려앉았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가가 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갖지 못하는 한 투자와 그에 따른 고용 증대도 함께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기 전망을 업종별로 분석해보면 고용 전망은 더 암울해진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조선업(BSI 67)은 2년 전 수주 절벽에 따른 실적 부진 ▶자동차·부품(75)은 미국 관세 인상 움직임 ▶정유·유화(82)는 유가급등 움직임 ▶철강(84)은 미국 관세 인상과 자동차 등 수요 산업 불황으로 기준치를 밑돌았다. 우리나라 고용의 근간을 이루는 제조업, 그중에서도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중후장대' 업종이 일제히 경기 전망이 나빠진 것이다. 다만 'K 뷰티'와 'K 의료'의 인기 덕분에 화장품(127), 제약(110), 의료정밀기기(110) 등 일부 '경박단소' 업종만 경기전망이 기준치를 웃돌면서 100을 넘어섰다.
LG디스플레이가 최근 중국 정부로부터 허가 받은 광저우공장의 조감도.
대한상의 이종명 경제정책팀장은 "체감경기에 따른 단기적인 대응책도 필요하지만 이보다는 근본적으로 한국경제의 구조와 체질을 바꾸는 데서 일자리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신사업을 막는 규제를 없애 성장동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