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운명이 해리 케인(오른쪽 두번째)의 발끝에 걸렸다. 케인은 반세기 만의 월드컵 우승과 득점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린다. 콜롬비아와 16강전에서 공을 다루는 케인. [로이터=연합뉴스]
4일 러시아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전에서 콜롬비아를 맞아 극적으로 승리한 잉글랜드의 주장 해리 케인(25·토트넘)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잉글랜드는 연장전까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승리하면서 지긋지긋했던 ‘월드컵 승부차기 전패’ 징크스를 깼다. 잉글랜드로서는 2006 독일 월드컵 이후 12년 만의 월드컵 8강 진출이다. 케인은 “모든 것을 쏟았기에 우린 승리할 자격이 있다. 우린 더 단단하게 뭉칠 것”이라고 말했다.
8강 확정한 러시아 월드컵
승부차기 징크스 깬 잉글랜드 열광
6골 케인 두 자릿수 득점왕 내다봐
루카쿠·음바페 새로운 스타로 등극
가레스 사우스게이트(48) 잉글랜드 감독은 케인에 대해 “공격수로선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케인은 잉글랜드의 월드컵 출전 사상 최연소 주장으로도 활약 중이다. 보수적인 분위기의 ‘축구 종가’ 잉글랜드에서 “케인 만 한 주장은 없다”고 할 정도다.
기대에 부응하듯 케인은 이번 월드컵에서 무서운 득점력을 과시하고 있다. 조별리그 1차전 튀니지전 멀티골에 이어, 2차전 파나마전 해트트릭으로 단 2경기 만에 5골을 터뜨렸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9개 슈팅을 시도해 이 중 6개 유효슈팅을 모두 골로 성공시키는 순도 높은 골 감각을 자랑했다. 페널티킥으로만 3골을 넣은 것도 흥미롭다. 케인은 지난달 24일 파나마전에서 페널티킥으로 2골을 넣은 뒤 “페널티킥을 할 때는 나만의 루틴이 있다. 공을 세 번 만지고, 골문 안에 넣는 것만 생각한다. 공이 코너로 강하게 날아가는 걸 보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2015년 3월 A매치에 데뷔, 월드컵은 이번이 처음인 케인은 2015~16시즌과 16~17시즌, 두 시즌 연속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하는 등 골 감각은 타고났단 평가다.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그는 “월드컵은 세계 최고 대회이기에 우승 트로피를 꿈꾸지 않을 수 없다. 이기기 위해 모든 걸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개인적으로 케인은 1986 멕시코 월드컵 득점왕 개리 리네커 이후 32년 만에 잉글랜드 출신 득점왕을 꿈꾼다. 3경기에서 6골을 넣은 케인은 8강전 벽만 넘으면, 결승전 또는 3-4위전까지, 두 경기를 더 치를 수 있어 두 자릿수 골도 가능하다. 두 자릿수 득점 월드컵 득점왕은 1954 스위스 월드컵의 산도르 코츠시스(헝가리·11골)와 1958 스웨덴 월드컵의 쥐스트 퐁텐(프랑스·13골), 1970 멕시코 월드컵의 게르트 뮐러(서독·10골) 등 3명이다.
물론 케인이 가장 간절하게 바라는 건 1966 잉글랜드 월드컵 이후 52년 만에 우승하는 것이다. 케인은 “내 골이 팀 승리를 돕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완벽한 상황”이라며 “8강 진출에 만족하지 않는다. 더 잘하고 더 많이 넣고 싶다”고 말했다. 케인의 잉글랜드는 같은 날 16강전에서 스위스를 1-0으로 제압한 스웨덴과 8강에서 맞붙는다. 스웨덴은 잉글랜드에게 난적이다. 잉글랜드는 유로 2012 조별리그에서 3-2로 승리하기 전까지, 43년간 스웨덴전 상대전적이 7무3패였다. 월드컵에서도 두 번 만나 모두 비기는 등 ‘스웨덴 징크스’가 있다.
4일 월드컵 16강전이 끝나면서 8강전 대진도 확정됐다. 잉글랜드-스웨덴전, 우루과이-프랑스전, 브라질-벨기에전, 러시아-크로아티아전 등 4경기다. 유럽 6개 팀, 남미 2개 팀으로, 일본과 멕시코의 탈락으로 아프리카에 이어 아시아와 북중미 팀도 남지 않았다. 30대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포르투갈)와 리오넬 메시(31·아르헨티나)가 16강에서 물러난 반면, 케인·루카쿠와 네이마르(26·브라질), 킬리안 음바페(20·프랑스) 등 20대 초중반 스타들이 8강까지 살아남았다. 독일 DPA는 “‘득점 기계’ 케인, ‘아티스트’ 네이마르, ‘영스타’ 음바페가 ‘수퍼스타’ 메시와 호날두의 후계자 자리를 놓고 격돌한다”고 전했다.
특히 만 19세 나이에 아르헨티나와 16강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린 음바페는 우루과이와 8강전을 앞두고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프랑스 출신 아르센 벵거 전 아스널 감독은 “음바페는 한계가 없다. 더 강해지는 일만 남았다. 차세대 펠레가 될 수 있다”고 극찬했다. 대회 3골을 기록중인 음바페도 언제든 득점왕을 노릴 수 있다. 유럽 베팅업체들은 월드컵 득점왕과 관련해 케인(배당률 1.2~1.5배), 루카쿠(11~13배), 음바페(15~17배) 등 득점왕 후보 3위로 내다보고 있다.
러시아 월드컵 8강 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