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신임 경제수석에 윤종원 OECD 대사(왼쪽부터), 일자리수석에 정태호 대통령비서실 정책기획비서관, 시민사회수석에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양천을 지역위원장을 임명했다. [청와대]
이번 인사는 지난해 11월 한국e스포츠협회 자금 유용 의혹과 관련해 전병헌 전 정무수석이 물러난 뒤 7개월만의 청와대 개편이다. 규모로는 8명의 수석 중 3명이 교체된 중폭 인사다. 그러나 경제 정책을 주도해온 정책실만 놓고 보면 사실상의 문책성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교체된 수석 3명중 2명이 문재인 정부가 내건 소득주도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주도해온 정책실 소속이다. 정책실로만 보면 전체 수석 3명 중 2명이 바뀌었다. 유일하게 생존한 1명은 부동산부터 탈원전까지 분야를 넘나들며 ‘왕수석’으로 불린 김수현 사회수석이다. 그는 탈원전 공론조사를 관철했고 최근 부동산 보유세 개편안에도 드라이브를 걸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내부 평가를 받는다.
청와대 홍장표 전 경제수석(왼쪽부터), 반장식 전 일자리수석, 장하성 정책실장, 김수현 사회수석이 차담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6일 인사에서 정책실 수석 3명 중 2명이 경질됐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그럼에도 청와대 내부에선 연말 추가 개편설까지 나왔다. 한 핵심 관계자는 “교수 출신 수석 2명을 관료와 대통령의 측근 정치인으로 교체한 것은 (정책실을 총괄하는) 장하성 정책실장에게 추진력을 준 것”이라며 “소득주도 성장의 상징성 때문에 장 실장 교체는 염두에 두지 않았지만, 이번 인사의 진짜 의미는 연내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추가 인사가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윤종원 신임 수석은 기획재정부 정통관료 출신이다. 이 때문에 분배 중심의 소득주도성장을 앞세운 장하성 실장과 성장 중심의 혁신성장을 강조해온 김동연 경제부총리 사이의 불화설이 나오는 가운데 김 부총리에게 다소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6월 경제현안 점검회의서 장하성 실장(왼쪽)이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바라보며 대화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부실 인사검증 책임론에 시달렸던 조현옥 인사수석과 조국 민정수석 등은 교체하지 않았다. 이는 개각을 앞둔 후보자 인사검증 업무와도 관련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총리 등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개각 임박을 시사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