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그런 그가 17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6ㆍ13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이번에 보수 ‘세력’이 몰락했을 뿐 보수가 궤멸했다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언제 들어도 가슴 설레는 ‘자유’라는 가치를 생명으로 하는 보수는 이 사회가 존재하는 한 진보의 가치인 ‘평등’과 함께 영원히 유지될 수밖에 없다”며 “한쪽이 망하는 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수 진영을 향해 “민주당도 ‘폭망’(폭삭 망함)했다가 살아났다”며 “불파불립(不破不立)이다. 낡은 것은 깨뜨리지 않으면 바로 설 수 없다”고 조언했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두차례 지낸 ‘구원 전문’
문희상 “보수 세력 대안은 ‘불파불립(不破不立)’”
- 보수 탄핵론까지 나오는 위기의 본질은 뭔가.
- 시대정신을 못 읽는 우물 안 개구리였기 때문이다.
- 어떤 시대정신 말인가.
- 두 가지다. 보수 세력은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 하나 들고 합법적으로 정권을 바꾼 미증유의 촛불 정신을 못 읽고 성찰을 게을리했다. 또 한반도 평화라는 세계사적 대전환의 시대정신을 못 읽고 ‘위장 평화쇼’라는 막말을 했다가 민심의 몽둥이를 맞았다.
- 보수의 대안은 뭔가.
- 불파불립이다. 난관에 봉착해 더 이상 길이 안 보일 때는 깨버려야 살아난다.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 보수 진영 일각에선 통합론 등 재편 논의가 나오는데.
- 정치적 이해득실로 접근하면 반드시 실패한다. 시대정신 통찰 없이 냉전보수ㆍ꼴통보수끼리 뭉쳐 남북 관계를 왜곡하고 극우 논리에 함몰되면 다시 우물 안 개구리가 된다. 국민은 뻔히 다 보고 있다.
- 보수 진영에 희망이 있는가.
- 민주당도 폭망했다가 살아났다. 보수도 새로운 기수가 나타날 것이다. 보수의 진짜 가치는 ‘희생과 헌신’이다. 이게 제대로 실천되면 누군가 새로운 깃발을 들고 그 아래 뭉칠 때가 반드시 온다. 우선 당 지도부가 반성하고 싹 다 그만둬야 한다.
- 정치권 지각 변동을 점치는 시각도 많다.
-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국내 정치든, 국제 정세든 판이 새롭게 짜일 수 있는 중요한 시기다. 시대적 소명이 우리 어깨에 달렸다. ‘청청(청와대는 청와대답게) 여여(여당은 여당답게) 야야(야당은 야당답게)’ 해야 한다.
문 의원은 진보 진영을 향해서도 “승리에 취해 ‘얼씨구나 좋다’는 식으로 이 상황을 즐기다가는 금방 위기가 닥쳐온다”며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면 독선과 오만이 오기 마련이고 그러면 여당도 망하는 길”이라고 경고했다. 여당인 민주당에서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문 의원은 “진보는 보수의 싹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북돋아주는 공생의 정치를 펴야 한다”며 협치를 강조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