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물가물해지는 김문수ㆍ안철수 단일화... 완전히 물 건너가나

중앙일보

입력 2018.06.05 18:02

수정 2018.06.0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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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2일 서울 종로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서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가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이야기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문수-안철수의 막판 극적인 단일화는 성사될까. 사전투표일(8~9일)을 사흘 앞둔 5일에도 양측은 물밑 접촉을 했지만 구체적인 성과를내진 못 했다. 물리적 시간상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3일 두 후보 간 비공개 회동에서도 박원순 서울시장의 3선을 저지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확인했지만, 각론에선 아무 진전이 없었다. 김 후보는 지방선거 이후 당 대 당 통합을 언급했고, 안 후보는 김 후보의 양보를 요구하면서 양측은 평행선을 달렸다.   
 
박 시장이 여론 조사상 크게 앞서고 있음에도 두 후보가 접점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나로 단일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기 때문이다. 김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유세 후 기자들과 만나 “여론 조사상 (지지가) 적은 사람이 양보하는 게 맞는다고 보는데 안 후보는 지금 반대로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현실적으로 조직과 정책 면에서 우세에 있는 김 후보가 사퇴하기는 참 어렵다”고 했다. 
 
반면 안 후보는 이날 서울시청 앞 기자회견 후 “박 시장이 3선 할 어떠한 이유도 없다는 생각을 하는 시민들이 절반을 훨씬 넘는다”며 “제가 확장성이 있고, 저만이 일 대 일로 맞붙었을 때 박 시장을 이길 후보”라고 강조했다. 


안 후보가 언급하는 확장성이란 보수 성향의 김문수가 단일 후보가 되면 중도층은 이탈하지만, 중도의 안철수로 단일화가 되면 보수층까지 흡수할 수 있다는 논리다. 안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 통화에서 "태극기 집회에 나간 김문수 후보가 (설사 단일화한들) 얼마나 표가 더 늘겠나"라고 했다.   
 

6.13 지방선거 주요 정당 서울시장 후보들이 4일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울 광진구 중곡 제일시장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후보, 서대문구 영천시장 앞 집중유세에서 지지자에게 자장면 받아 맛보는 자유한국당 김문수, 용산구 한강로2가 건물붕괴 현장을 재방문한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 [연합뉴스]

지방선거의 특성상 '딸린 식구'가 많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단독으로 후보직을 포기할 수 있는 대선ㆍ총선과 달리 지방선거의 광역단체장 후보는 당의 기초단체장 및 광역·기초의원 등과 무관할 수 없다. 서울 선거의 간판격인 서울시장 후보가 물러나면 그 당의 25개 구청장 후보는 직격탄을 맞는다. 김 후보도 “대통령 후보라면 혼자 (단일화) 결정을 내리면 끝나지만, 지방선거는 많은 후보가 줄줄이 엮여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금전적 요소도 빼놓을 수 없다. 김문수 캠프 정택진 대변인은 “현실적으로 선거비용 34억9000만원 다 쓴 상황에서 선거를 포기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100% 선거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는 15% 득표가 가능하다면, 중도사퇴보다 완주가 경제적으론 더 나은 선택이라는 의미다.  
 
특히 안 후보가 "내가 야권 대표선수"라는 원론적 입장만 반복한 데엔 당내 호남계의 반발이 컸다는 지적이다. 바른미래당 지도부 중 호남계는 박주선 공동대표, 김동철 원내대표, 권은희 최고위원 등 3명이다. 이들은 한국당과의 단일화 논의 자체를 "적폐 연대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거부해왔다. 3일 회동에서도 안 후보는 "우리 당은 굉장히 취약한 상태기 때문에, 만약 내가 단일화를 위한 다른 방법을 조금이라도 보이면 당이 유지가 안 될 것"이라고 했다고 김 후보 측은 전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이날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두 사람이 단일화를 하겠다는 진정한 의지는 없었던 것 같다”며 “선거 8일을 앞두고 당 대 당 통합을 얘기하는 것도 이해 안 되고, 무조건 물러나라 하는 것도 무리한 요구"라고 말했다.  
 
김경희·안효성 기자 am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