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이 당·정·청 주요 인사들이 모인 회의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라고 언급한 것은 최근 불거진 경제 컨트롤타워 논란을 불식시키고 김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 주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지난달 29일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 직후 청와대가 장하성 정책실장이 회의를 주도한다는 표현을 담은 브리핑을 발표했다가 ‘김동연 패싱’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경제부총리’ 부분을 직접 집어넣었다”고 설명했다.
재정전략회의서 미묘한 흐름
“경제팀 중심 분발해 달라” 당부
“최저임금 부작용 진단 나오는데
경제부처가 잘 대응 못하고 있다”
청와대 “김 부총리 판정패 아니다”
그러나 최근 ‘김동연 경제팀’과 ‘청와대 정책라인’ 사이에 입장차가 노출된 최저임금 문제가 나오자 문 대통령의 톤은 달라졌다. 문 대통령은 최근 하위 20%(1분위) 계층의 소득수준 감소가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 정책인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 때문이라는 지적에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이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더 시간을 가지고 심도 있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며 “고용근로자들의 근로소득 증가와 격차 완화, 그리고 중산층 가구의 소득증가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라고 강조했다. 이어 “저임금 근로자의 고용이 줄거나 근로시간이 줄어들어 소득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다면 그것은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일 수 있으므로 정부는 그에 대한 보완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1분기 1분위 가구소득이 많이 감소한 것은 아픈 대목이지만 이를 소득주도 성장의 실패라거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증가 때문이라는 진단이 성급하게 내려지고 있다”며 “이에 대해 정부가 잘 대응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특히 저임금 근로자 쪽의 임금이 크게 늘었다. 긍정적인 효과가 90%”라며 “최저임금을 완벽하게 설계하는 것은 아직 불가능하나 미흡한 부분은 보완을 해 가면서 당과 정부는 긍정적 효과에 대해서는 자신있게 설명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제팀이 야당과 언론의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 비판에 소극적으로 대처했다고 질타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또 정기적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일부를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시킨 최저임금법 개정안 논란에 대해 “국회에서 법 개정을 한 취지가 있을 것인 만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에서 국민에게 소상히 잘 설명하라”는 취지로 언급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이 김 부총리보다 장 실장의 손을 들어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출입기자들에게 전한 문자메시지를 통해 “오늘 회의 분위기와 관련해 김동연 부총리의 판정패라는 해석이 나오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며 “오늘 회의는 김 부총리가 가장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했고 주도적으로 의견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애초 모두발언 원고는 ‘경제팀에서 더욱 분발해 주시고’라고 돼 있었는데 대통령이 실제로 말씀할 때는 ‘우리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팀이’라고 힘을 실어줬다”고 설명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