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南人流] 배부르게 먹고도 5만원 … ‘미들급 스시야’ 3

중앙일보

입력 2018.05.3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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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가장 비싼 스시집 청담동 ‘코지마’의 저녁 오마카세는 1인분에 35만원. 호텔 일식당을 비롯해 강남과 여의도 일대에 자리 잡은 고가의 스시집들은 귀한 손님을 모시는 ‘접대용’ 식당으로 통한다. 한 마디로 지갑이 두꺼운 ‘어른들’의 영역이었다. 그랬던 스시의 문턱이 낮아졌다. 다치(일식당의 바)에서 오너셰프가 직접 집어주는 스시 코스를 점심 기준 4만~5만원에 즐길 수 있는 ‘미들급 스시야’가 늘고 있다.

‘오마카세’란 그날의 음식을 셰프에게 일임한다는 의미로 셰프의 창조력과 신뢰를 기본으로 한다. 한남동 ‘스시쵸우’ 박진태 셰프가 방금 만든 스시를 바의 손님에게 접대하고 있는 모습.

 
지하에 숨은 힐링 공간, 광화문 ‘스시미토’

광화문 ‘스시미토’ 윤상흠 셰프.

‘스시미토’의 윤상흠(39) 셰프는 일식 요리사 아버지 밑에서 19세에 요리를 시작했다. 신라호텔 일식당 아리아케를 거쳐 30대 초반 여의도에 ‘타마스시’를 열었고, 2015년 상호를 변경하고 광화문 일대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스시미토의 위치는 을지로입구역 2번 출구 인근 수협은행 빌딩 지하상가. 좌석은 총 10석. 가게에 들어서는 순간 따뜻한 조명과 차분한 음악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위압감이 느껴지는 공간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는 윤 셰프는 기름 냄새 나는 게 싫어 튀김 메뉴는 하지 않는다.

‘스시미토’의 참치와 고등어초절임 스시.

점심 오마카세 가격은 5만5000원. 스시 12~13가지를 포함해 샐러드부터 디저트까지 20가지 코스가 나온다. 윤 셰프가 가장 자신 있는 스시는 고등어초절임. 그는 “호불호가 강한 고등어를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리고 절임에 쓰는 소금과 초의 양, 절이는 시간 등을 조절해 가장 부드러우면서도 비린내가 덜한 최상의 결과를 찾아냈다. 바싹 구워서 씹는 맛을 살린 도미 살이 올라간 오차즈케도 인기다. 저녁 스시코스는 7만7000원, 오마카세는 12만원이다. 예약은 일주일 전에 하는 게 좋다.
 
4만원에 스시만 20점, 한남동 ‘스시쵸우’

‘오마카세’란 그 날의 음식을 셰프에게 일임한다는 의미로 셰프의 창조력과 신뢰를 기본으로 한다. 한남동 ‘스시쵸우’ 박진태 셰프가 방금 만든 스시를 바의 손님에게 접대하고 있는 모습.

한강진역 뒷골목에 자리한 ‘스시쵸우’는 출입문에서 두 발짝만 걸으면 바로 다치에 닿는다. 자리는 8석이 전부. 자리에 앉은 손님 등 뒤로 걸어 다닐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이 확보됐을 뿐이다. 이 작은 스시야는 점심 오마카세를 4만원에 제공해 미들급 스시야 중에서도 ‘가성비 최고’로 꼽힌다. 스시쵸우의 오너는 올해로 경력 20년의 박진태(43) 셰프다. 박 셰프는 “가게가 구석진 골목에 있어 찾아오기 어렵고 발렛 주차도 안 된다. 이 좁은 공간을 힘들게 찾아 오는 손님들을 생각해 가격대를 저렴하게 잡았다”고 말했다.
박 셰프는 4만원 코스에 총 22~23가지의 스시를 내놓는다. 최대한 스시에 집중한 구성이다. 매일 새벽 4시30분 수산 시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다는 박 셰프는 생선 기초 손질부터 모두 직접 한다. 그는 “다른 직원에 맡기지 않고 셰프가 직접 하는 게 퀄리티 유지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스시 종류가 많은 만큼 다양한 조개를 맛볼 수 있다는 점도 스시쵸우의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조개는 단가가 비싸고 손이 많이 가서 저렴한 코스에는 거의 포함되지 않는 편이다. 스시쵸우는 가리비·관자·피조개에 더해 계절에 따라 새조개·왕우럭조개 등을 생물로 제공한다.
손님은 점심과 저녁 각 2타임씩 하루 총 4번 받는다. 저녁은 6만원으로 웬만한 스시야의 점심 가격이다. 6월 중순 이후로는 예약 타임을 점심·저녁 각 1회로 줄이고 가격을 점심 5만원, 저녁 7만원으로 올릴 예정이다.
 
젊은 감각의 오마카세, 대치동 ‘스시소라’

대치동 ‘스시소라’ 김준호 헤드셰프.

지난해 6월 정식 오픈한 ‘스시소라’는 도미 코우지 셰프의 하이엔드 스시야 ‘스시코우지’ 3호점이다. 스시우지에서 근무하던 셰프들이 그대로 옮겨 왔다. 점심 11만원, 저녁 22만원에 달하던 가격을 각각 4만5000원, 7만원으로 확 낮췄다. 스시소라는 오너셰프 1명이 소규모로 시작하는 대부분의 미들급 스시야와 달리 규모가 큰 편이다. 홀에 총 16개의 다치 좌석이 있고, 룸 공간도 따로 있다. 셰프 3명이 동시에 일한다. 헤드셰프 김준호(32)씨를 비롯해 모든 셰프가 30대 초중반이다. 젊은 셰프들이 주도하는 캐주얼하고 쾌활한 분위기는 스시소라만의 강점이다.
점심 오마카세에는 13~14가지 스시가 포함된다. 김준호 헤드셰프는 참치등살을 간장에 절인 아까미소유츠케스시를 가장 자신있는 스시로 소개했다. 기름기가 적고 산미가 좋은 등살을 간장에 절여 한층 더 쫀득한 식감을 만들어냈다. 그 외 고로케·가라아게·생선구이·우동·튀김·계란찜 등 다양한 요리가 함께 나온다. 최근 광화문점도 오픈했다.
 
글=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사진=김경록·장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