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과 국정원의 댓글조작은 모두 온라인 여론에 영향을 끼쳐 특정 정치세력을 띄우려 했다는 점에서 닮았다. 그러나 규모와 기술에서 차이가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정원이 발표한 조사 결과와 현재까지 조사된 드루킹 사건의 사실 관계를 비교한 결과다.
MB국정원 3년간 3500명 동원
글 29만건 작성, 부정클릭 1200회
드루킹, 30명이 매크로 킹크랩 이용
드러난 이틀만 210만회 부정 클릭
지난 4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공직선거법·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징역 4년형을 확정한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국정원 사이버팀 직원들은 총 391개 트위터 계정을 사용했고 28만8926개의 정치 관여 글을 작성했다. 기사의 ‘(비)공감 버튼’ 부정 클릭 행위는 1200여 회였다.
반면 경기도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여론 조작을 한 드루킹 일당은 20~30명가량으로 조사됐다. 월 500만원에 달하는 임차료와 인건비, 170여 대의 휴대전화 사용료, 전기료 등 연 11억원 규모의 자금 출처는 경찰이 수사 중이다.
국정원 댓글팀도 매크로를 사용하기는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전 수사에 참여한 검찰의 한 관계자는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할 당시 국정원 외곽팀장 김모씨 등으로부터 매크로를 썼다는 진술을 들었다”며 “컴퓨터 등 압수물 가운데서도 ‘G매크로’ 사용 흔적이 발견됐고 진술조서 등에도 기록해 놨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사용한 G매크로가 개인 PC 영역에서의 반복 행위였다면 드루킹의 킹크랩은 일종의 여론조작 ‘커맨드센터’ 역할을 수행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킹크랩에는 매크로뿐 아니라 네이버 아이디(ID) 자동 로그인·로그아웃 기능, 유동 아이피(IP) 변경, 네이버 쿠키값 초기화 등의 기능이 포함됐다.
프로그래머 이두희씨는 “프로그램 수준만 놓고보면 G매크로는 유치원생, 킹크랩은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댓글 터미네이터’로 볼 수 있다”며 “다만 기술력이 빠르게 발전한다는 점에서 5년이란 시간이 프로그램 수준 차이 크게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드루킹의 조작은 디지털 방식으로 광범위하고 빠르게 이뤄져 교묘하게 여론을 왜곡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에 더 위협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민·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